광명의 4월, 아직은 더디게 오는 봄
정말 오랜만에 바람도 불지 않고 따뜻한 햇살만 내려앉는 봄날이 되었어요.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우듯 자전거에 입문한 꼬마와 나선 집 앞 산책로-
봄도 이제 막 걸음마를 했나봅니다.
산수유 몇 그루가 노랗게 봄이 그리 멀지는 않다고 얘기해주네요. ^^/
바닥에는 아직 지난 겨울의 흔적들이 바스락 바스락 밟힙니다.
제가 좋아하는 느티나무 잎새도 있네요. 마른 소나무 잎도 보이고 -
이곳 데크는 철쭉을 감상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인데 지금은 그냥 그런 덤불들이지만
봄이 더 깊어지면 철쭉들로 가득 채워질 것입니다.
철쭉들이 잔뜩 옹그린채 꽃피울 날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분홍색, 진분홍색, 하얀색 형형색색의 철쭉군락지를 곧 보게 될 거예요. ^^/
그러고보면 자연은 서두르는 법이 없네요.
간혹 철모르는 개나리들이 피었다지긴 하지만... --;;;
새로 심긴 어린 전나무들도 가지 끝마다 꽃피울 준비를 합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누가 알아봐주지 않아도 꽃을 피우고 제 역할에 충실한 나무들, 꽃들...
커다란 낙엽수들이 텅 비어있는 틈을 타 전나무는 무럭무럭 윤기나는 햇빛 먹고 자라날 겁니다. 전나무 홧팅 !!
아직은 앙상하고 날렵한 나뭇가지, 덕분에 하늘이 조금 더 보이니까...
숲 속 놀이터 이곳 벤치에 앉으면
대나무들이 잎사귀를 부딪히며 내는 소리, 하늘 높이 날아다니는 새소리들을 모두 들을 수 있습니다.
벚나무, 느티나무, 전나무, 소나무, 개나리, 무궁화나무, 철쭉, 단풍나무, 산수유나무...
모두가 바람에 몸을 맡기고 살랑살랑 바람에 그네를 타는 그런 봄날입니다.
집 앞에 사계절을 느낄 수 있는 이런 조그만 오솔길 하나 있어서 참 좋아요.
숱한 이들이 이 길을 오갑니다.
자전거를 타고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가기도 하고 반대방향으로 달려 운동장에 물을 뜨러 가기도 하고
부지런히 걸으며 도보운동을 하기도 하고, 애완견과 함께 산책을 즐기기도 하고, 그냥 햇살을 쬐러 나오기도 하고...
저도 오늘, 일용할만큼의 햇살을 듬뿍 쬐고 들어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