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섬, 자작나무를 만나다
많이 포근해진 봄날, 뚝섬을 찾았다.
뚝섬에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나무, 자작나무... 가느다랗지만 자작나무숲이다.
가느다란 선으로 서로를 지탱하며 먼 훗날 깊은 숲을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서로를 독려한다.
그래... 모여있어야 숲이 된다. 숲을 이루어야 멋진 자작나무가 된다...
자작나무 옆에서 강변을 보며 쉬는 이들...
자작나무는 자작 자작... 조용히 책 넘기는 소리를 낸다.
자작나무처럼 하얀 나무는 처음이다. 하얀 페인트를 칠해놓은 것 같다.
뚝섬유원지 위로 청담대교가 지나간다.
끊임없이 이 길로 차들이 달리고 기차가 오가며 이쁜 은회색 몸을 보여준다.
빈 잔디밭도 조금씩 연두빛으로 탈바꿈하는 중이다. 아무도 모르게...
맨몸으로 올라가는 하얀 스파이더맨들...
이미 정상에 올라앉아 어린왕자처럼 강을 내려다보는 이도 있고 힘겹게 끊임없이 오르는 이도 있다.
그 위에 뭐가 있길래 열심히 오르는 거지?
그래, 다 왔어. 이제 조금만 오르면 B612호에 걸터앉은 어린왕자와 얘기도 나눌 수 있을 거야...
올라가면 내려오고 싶지 않을텐데 그래도 괜찮겠어?
톡톡- 엉덩이를 토닥여주며 올려주고 싶다.
뚝섬유원지에 새로 생긴 건물 '자벌레'
하하... 자벌레를 본떠 만든 재미있는 건물이다. 우주선같기도 하고, 비행기같기도 하고...
미로숲- 들어가면 언젠가는 나올 수 있어. 계속 움직이기만 하면 돼.
사람들이 길을 찾지 못하는 것은 그 자리에 멈춰있기 때문이지.
좁은 공간에 복층으로 구성된 3층 높이의 자벌레 내부 공간.
신비롭게 이어진 계단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꼭 끝까지 올라가게 만드는 계단- 그 끝에는?
자벌레 내부는 레스토랑이다. ^^/
기념품 가게, 화장실, 전망대, 조각작품 , 레스토랑 등이 공존한다.
레스토랑을 관통해 지나가면서 자벌레 내부가 이어져 있다.
자벌레 내부 쉼터. 어른들은 이곳을 침대라 생각하고 아이들은 미끄럼틀이라 생각한다.
누워서 자고 싶어, 놀고 싶어. 모두 저마다의 꿈을 꾸는 곳... ^^/
살짝 바깥공기를 쐴 수 있는 외부로 나 있는 전망대-
청담대교 아래 잔잔한 한강...
어. 미로의 축소판이 있었네... 이곳에서 누군가 미리 보면서 코치를 해주면 미로도 훨씬 빨리 나올 수 있겠다.
핸드폰으로 방향을 알려주면서 놀아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기도 하고... ㅋㅋ
원추형의 주목과 프리뮬라들가 만든 정원, 공기가 달콤한 향기로 가득하다.
봄...봄이다.
프리뮬라 옐로와 블루가 만들어낸 멋진 나비.
주목 아래로는 프리뮬라가 모여있어서 싱그러운 봄향기가 가득한 꽃밭이 되었다.
어느 봄, 프리뮬라를 다섯 포트 사들고 찾아온 친구가 생각난다.
청담대교 왼쪽 편으로는 오리보트 선착장이 있다.
점점이 부표가 만들어준 테두리 안에서 자유롭게 유영할 수 있는 오리보트...
멀리 잠실경기장이 보인다.
오리라고 다 같은 오리가 아니다.
노란색에 빨간 왕관을 쓴 오리는 품격이 다르다. 자동이다.
다른 오리들이 열심히 페달을 밟아야 앞으로 나갈 때 노란 오리들은 우아하다.
사람들이 물가 가까이 앉아 쉴 수 있는 돌 의자들...
이곳에서 사람들은 낚시를 즐기기도 하고, 강을 바라보기도 하고, 오리보트를 타기도 한다.
연인이 많다. 한가롭게 봄날의 오후를 보내는 사람들...
물, 강이라든지, 바다, 호수는 바라만 봐도 감정이 씻겨나가는 것 같다.
역시 강변이라 물기먹은 바람이 시원하다.
손님을 기다리는 이쁜 오리들... 입이 참 새초롬하게도 생겼다.
강 위에 띄운 오리는 사실 모두 승객이 있는 건 아니다.
전시용으로 빈 오리를 띄우기도 한다.
이따금 오리배가 모자라면 견인선을 탄 아저씨가 빈 오리들을 세 마리, 네 마리 끈으로 엮어서 기차처럼 끌어온다.
하루종일 오리를 묶어서 끌고 오는 일을 하는 아저씨, 오리들은 질서정연하게 말을 잘 듣는다.
자벌레의 뒷모습은 정말 잠시 정박한 우주선같다. 자벌레 안녕-
자작나무숲도 안녕-
시간이 더 많이 지나면 너는 더 큰 숲을 이루고, 자작자작 더 아름다운 소리를 내 주렴.
나는 앞으로 점점 더 가지를 쳐 내고 가벼워져야 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