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우유- 2010. 4. 26. 09:56

서울에는 이쁜 공원이 참 많다.

그 중에서 가장 빈번하게 방문한 곳이 바로 이 선유도 공원이다.  

작은 수목원처럼 나무들이 저마다 이름표를 달고 서 있어서 천천히 걸으면서 나무 이름, 꽃이름 공부하기도 좋다.

개쉬땅나무, 때죽나무, 스트로브잣나무, 정향나무, 복숭아나무, 모과나무, 붉나무, 왕대나무, 계수나무...

영산홍과 백철쭉은 가득 꽃봉오리를 품은 채 만개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살구나무는 벚나무보다 조금 더 짙은 분홍빛 꽃을 피우고 있었다.

정향나무, 수수꽃다리도 어느새 꽃봉오리가 벌어지지 시작했다.

선유도 공원은 자전거와 인라인은 입장이 통제되어 산책하기 참 좋은 곳이다.

다른 유희 없이 도보만 허용되는 공간에서 비로소 사람들은 느리게 물처럼 흐르는 법을 배운다.

 

 

선유도로 진입하려면 이 선유교를 지나가야한다.

작년 가을 억새로 아름답던 강변은 이제 깡마른 덤불로만 남았다.

 

 

새로 돋은 연두빛 잎이 보드라와 보이는 버드나무...

멀리 성산대교가 보인다.

 

 

전망대에서 까페 '나루'와 양화대교가 보이는 쪽 풍경...

울타리 위로 노란 테두리를 만든 개나리꽃과 이제 막 실눈을 뜨는 버드나무의 연두빛이 이쁘다.

정제되지 않은 듯한 담벼락과 까페 외벽이 맘에 든다.

 

 

선유도 공원에서도 자작나무를 만날 수 있다. 한강전시관 옆 자작나무숲...

아직은 잎이 메마른 상태지만 여름이 오면 가장 아름다운 숲을 만들어낼 것이다.

 

 

 

하늘 높이 직선으로만 직선으로만 뻗어가는 미루나무 길.

미루나무 꼭대기에는 새 집이 걸려 있다.

미루나무도 조금씩 새순을 달고는 있지만 아직 더 기다려야 푸르러진다.

 

 

앗. 이 사진은 가장 선유도다운 풍경을 담아낸 것.

선유도의 이 느낌을 나는 사랑한다.

멀리 한강이 보이고 보드라운 잔디밭 위에 돗자리를 깔고 누우면 나무들의 소리가 들린다.

가만히 누워서 방울토마토를  입에 넣어 오물거리며 흘러가는 구름 바라보는 재미가 좋은 자리이다.

 

 

음... 이곳은 녹색기둥정원 바로 옆 자작나무 숲이다.

이 자작나무들 앞으로는 기다란 벤치가 놓여있고 이 벤치는 여름이면 젊은이들의 점유지가 된다.

연인끼리, 친구끼리 자작나무 숲 앞으로 죽 앉아 있는데 그 앞을 지나면 꼭 푸른 청춘, 자유 뭐 이런 단어들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나는 낯선 이방인이 된다.

<저녁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라는 싯귀가 잘 어울리는 공간이기도 하다.

 

 

 

 

수생식물원은 사이의 작은 돌담을 걸으면서 가까이에서도 볼 수 있다.

아이들의 아슬하면서도 즐거운 놀이터가 되기도 한다.

 

 

노랗게 꽃을 피운 동의나물. 처음 만나는 식물이다. ^^

 

 

회색빛의 담벼락에 아직 새 잎이 돋기 전의 담쟁이덩쿨.

그러나 이대로의 느낌이 좋다. 화려한 채색 없이도 이제 곧 담쟁이가 색을 입혀줄 것이다.

 

 

이미 담쟁이는 새 잎을 내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이 담벼락에 메세지를 남기고 그 메세지를 담쟁이는 잎을 키워 덮어버리겠지.

 

 

시간의 정원 속 숨기 좋은 대나무숲이다.

이 곳에 들어서면 차가운 기운과 함께 대나무 잎새들이 잎새끼리 부딪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아이는 이 길이 무서워 달려나간다.

 

 환경놀이마당의 놀이터.

 옛 정수장의 송수관을 놀이터에 재활용한 모습이 멋진 곳이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참 좋은 놀이터.

 연인들은 이곳까지 그들의 추억들을 새겨 넣는다.

 

 

 

 

 

 

 

 

 

 

 

 

 

한강변에서 휴일 오후를 보내는 시민들의 모습이 선유교 아래로 한 눈에 보인다.

돗자리를 깔고 강변을 바라보는 이들, 자전거를 타는 이들, 애완견과 산책하는 이들, 강바람을 이용해 연을 날리는 이들, 강변에 앉아 낚시하는 이들, 야구를 하기도 하고 농구를 하기도 하고, 강변에 앉아 강바람을 쐬며 연인끼리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사와 부랴부랴 허기를 달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억새 덤불 속에 웅크리고 앉아 쑥을 캐기도 한다.

 

그렇게 어느 휴일의 오후가 저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