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의 숲/메타세쿼이아 숲의 오후

봄, 안양천벚꽃길

커피우유- 2010. 4. 21. 11:43

 

 

봄, 집근처 안양천길 산책을 다녀 왔어요...

멀리 나가지 않아도 조용하게 벚꽃이 만드는 연분홍빛 보드라운 터널 속을 걸을 수 있습니다.

주말에도 한적해서 사람들에 시달리지 않고 벚꽃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곳.

 

 

 

가산디지털단지역 쪽에서 시작했어요.

빌딩 숲을 지나 조금은 오래된 동네를 지나 작고 이쁜 육교를 만납니다.

 

 

도로변에 가득 찬 노란 개나리와 지금 만개한 벚꽃길을 만날 겁니다.

이 다리를 지나면-

 

 

도로변의 개나리들... 개나리는 늘 느끼는 거지만 이렇게 제 멋대로 자라는 게 이뻐보여요.

창원에 가면 개나리를 동그랗게 모양을 내 나무를 깎아 둔 화단이 나오는데

동그란 틀에 갇힌 개나리를 보는 것은 늘 답답해 보였더랬어요.

개나리는 이렇게 미친 듯이 제멋대로 자라야 멋집니다. 야생의 개나리꽃...

 

 

 

육교를 건너면 나타나는 이정표. 

이곳에서 광명교까지 목동방향으로 가는 길이 가장 아름다와요.

그러나 선택은 언제나 선택한 자의 몫입니다.  

 

 

 

슬슬 시작되는 벚꽃길, 안양천변도 온통 연두, 노랑, 분홍으로 화사해졌습니다.

 

 

 

자전거 탄 풍경은 언제 보아도 참 느슨하고도 평화로와 보이는 것 같아요.

제일 멋진 풍경은 해 지는 광안리 바다 해변, 파도 위로 스치듯 지나가는 자전거들이었습니다.

 

 

 

제법 묵직하게 벚꽃길의 터널 한 가운데로 들어섰나봅니다.

조금씩 하늘이 분홍빛으로 무거워지고 있습니다.

 

 

 

노랑과 분홍, 분홍과 노랑, 분홍과 노랑과 연두, 함께여서 더 이쁜 자연...

 

 

끝없이 이어지는 벚꽃터널길...

 

 

아. 하늘을 가득 메운 벚꽃터널길... 바라만 봐도 참 기분이 흐붓해집니다. ^^/

함박 함박 눈이 생각나는 함박함박 하늘을 가득 채운 벚꽃...

천재유교수처럼 이 길 어딘가에 누워서 이 꽃들을 한없이 바라보고 싶기도 합니다.

 

 

 

초록으로 덮인 안양천 위로 오후의 햇살이 비치고 있습니다.

살랑 살랑 흔들리는 벚나무 가지들...

 

 

벚나무가 너른 꽃마당으로 하늘을 가려서 이젠 빛이 지나가지 못합니다.

벚꽃이 만든 꽃그늘...

 

 

어디까지인지 정하지 않고 걷는 벚꽃 산책길.

정하지 않아도 아마도 길은 돌아갈 지점을 알려 줄 것입니다.

어디든 회차지점이 존재하니까요...

 

 

제가 좋아하는 풍경이 한 곳에 담겼어요.

나무보다 높지 않은 나즈막한 건물들이 나무숲에 둘러싸여 있고, 조용히 흐르는 물이 있고,

그 풍경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자전거 한 대가 지나갑니다.

안양천변 어디서도 만날 수 있는 그런 풍경이지요...

 

 

주말인데도 무척 조용한 길입니다.

이제 되돌아가는 길...

 

 

벚꽃에만 집중한 게 미안해서 벚나무도 찍어 줬어요.

뭔가 생채기가 많아 보이는 굵직한 나무인생이 보이네요...

겨울에 우리는 이 둥치로만 이 나무를 구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겨울에는 어쩌면 이 둥치에 더 집중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길에 벤치가 무척 적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벤치에 앉아서 오가는 사람들도 보고, 조용히 흐르는 안양천도 보면서 넉넉히 쉬어갈 수 있습니다.

 

 

 

벤치에 앉아서 보이는 풍경... ^^

길은 비어있기도 하고 자전거 탄 이가 점점이 멀어져 작아지기도 합니다.

 

 

 

 

 

 

 

흐려지는 하늘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안양천.

느리게 느리게 흐르는 이 길이 저는 참 좋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에 만난 도로변의 벚꽃나무예요.

어. 그런데 안테나처럼 가지 위로 또 가느다란 가지가 뻗어나오고 벚꽃은 그 새로 돋은 가지 끝에도 피어납니다.

그렇게 그렇게 벚나무가 자라나나 봅니다.

이 봄이 지나고 벚나무도, 안양천변의 벚나무길도 그렇게 더 여물어갈 것입니다.

내게 주어진 시간들도... 그렇게 여물어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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