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의 숲/메타세쿼이아 숲의 오후

자유로, 자유로에서는 바람만 자유롭다

커피우유- 2010. 4. 27. 10:04

 

 

하늘이 잔뜩 흐리다.

성산대교를 건너 자유로를 달려 우리는 임진각으로 간다.

왼편으로는 드문드문 벌써부터 군초소가 보인다.

자유로는 자유를 꿈꾸는 이들의 길일 뿐이다...

텅 빈 도로 위에서 차들은 작은 점으로 시야에서 소실된다.

 

 

 

이곳 자유로를 지키는 나무들은 재빠르게 몸을 비켜 선다.

아직 봄이 더디오는 모양이다.

 

 

 

차의 속도가 풍경을 한 팔로 슥- 문지르고 달려간다.

나무 두 그루 간신히 붙잡았다.

 

 

 

아, 드디어 빗방울이... 빗 속에 젖은 자유로는 한없이 어디론가 끌어들이는 멋이 있다.

이대로 길이 멈추지 않은 채 계속 달릴 수 있으면 좋겠다.

 

 

 

빗발에 덮여 시야는 가려졌다, 밝아졌다 한다.

차에서 만나는 비는 그다지 성가시지 않아서 좋다.

이 비는 왠지 강원도를 생각나게 한다.

아무 때고 퍼붓던 묵직한 비...

 

 

차 안에 습기가 가득 찼다.

안이 맑지 못하니 보이는 풍경도 맑지 못하다.

 

 

 

그래, 아무도 없는 길로 가자..

비 내리는 자유로, 그 길로 가자. 하루쯤 그냥 그렇게...

 

 

 

어느 새 길이 좁아졌다.

 

 

저 멀리 목적지를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다.

 

 

 

판문점과 임진각으로 가는 길을 알리는 표지판이다.

사목리 농산물직판장도 적혀 있다.

 

 

 

여기까지 온 김에 판문점까지 가 볼까?

계속 달렸지만 승인받지 않은 차들은 회차해야한다.

아무나 들어갈 수는 없는 곳, 차를 돌려 다시 임진각으로 달려간다...

 

 

손바닥을 오므려 바람을 담아본다.

뭉클하게 안기는 바람의 부피와 바람의 무게-

손 안에서 바람은 까르르 몸을 굴리며 웃는다. 그 촉감이 따뜻하다.

잔뜩 물기 먹은 바람..

 

 

 

자유로 전체를 가로막는 철책, 우리를 막아선다.

자유로에서는 바람만 자유롭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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