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의 숲/숲 속의 짧은 생각

독일빵과 생크림

커피우유- 2010. 3. 9. 16:32

2주 전쯤인가, 아무튼 몇 주 전에 독일빵 한 봉지와 생크림을 샀다.
한 번 먹고 모두 냉동실에 넣어뒀었는데
점심시간, 딱히 먹을 게 없어서 다시 꺼내들었다.
생크림은 칼로 잘라서 접시에 놓고, 독일빵은 팬에 구웠다.

 

이 독일빵을 먹을 때마다 나는 독일 소설들과 독일 작가들과 그 소설들 속의 주인공을 떠올리게 된다.
전후의 황폐한 독일의 모습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주 인간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소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소설의 줄거리와 함께
독일빵은 입 안을 맴돌며 계속 씹혔다.
좀처럼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은 채로...
'커피가 있었으면 참 좋겠다
아니, 우유 한 잔 있었으면 참 좋겠다'
그러나 내게는 독일빵 세 조각과 생크림 한 덩이 뿐이었다.

 

하인리히 뵐...
나는 소설로 치자면 독일소설을 가장 좋아한다.
독일소설은 '무미건조'하다.
감정의 과장이 없어서 좋다.
모든 기름기를 좌악 빼고 천정에 주렁주렁 매달아놓은 소시지?
혹은 시큼한 오이지에 비유해도 좋겠다.
불순물은 전혀 첨가되어 있지 않다.
화학첨가물도 방부제도 들어 있지 않다.

 

남아 있던 독일빵 부스러기로 생크림 접시를 깨끗이 닦아
입 안에 털어 넣었다.

 

불현듯 그리움이 일었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식 서술,
하인리히 뵐,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비둘기...따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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