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나무를 심다/숲 책이야기

하이디(Heidi)

커피우유- 2010. 3. 25. 16:22

 

 

 하이디(Heidi)
요한나 수피리 지음/유은영 옮김/창작시대


가슴이 따뜻해지고 싶은 분들에게 권할만한 책.

어린 시절의 동화책이 아닌 원작의 완역본으로 1800년대 스위스인들의 생활모습도 자세히 볼 수 있고, 자연에 가까이,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삶인지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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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하이디의 뒤를 따라 다락에서 내려와 난로 위에 있던 커다란 냄비를 내리고 대신 작은 주전자를 걸었다. 그러고는 세발 의자에 앉아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마침내 불길이 벌겋게 이글거리며 타올랐다. 주전자 안의 것이 보글보글 끓어오르자 할아버지는 토스트 굽는 긴 포크에 커다란 치즈 한 덩이를 끼워 불 위에서 이리저리 굴렸다. 치즈가 노란 빛을 띠며 먹음직스럽게 구워지고 있었다. 처음에 하이디는 가만히 서서 신기한 듯 할아버지를 보고만 있더니 곧 뭔가 생각난 듯 벽장 쪽으로 달려갔다. 이윽고 할아버지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주전자와 구운 치즈를 식탁으로 가져왔을 때, 식탁 위에는 포크와 접시, 그리고 칼이 각각 두 개씩 놓여 있었고 식탁 한가운데는 빵도 올려져 있었다. 하이디가 아까 벽장을 열고 짐을 넣을 때 봐 두었던 것들을 꺼내 와서 이렇게 준비해 놓았던 것이다.
 "스스로 생각해서 이렇게 차려 놓다니 참 기특하구나. 하지만 빠뜨린 게 있는걸"
그러자 하이디는 김이 오르는 주전자를 쳐다보다가 다시 벽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 안에서 머그잔 하나와 유리컵 하나를 꺼내 식탁에 가져다 놓았다.
"잘했다. 제법이구나. 그런데 네가 어디에 앉으면 좋을까?"
식탁에는 할아버지 의자 한 개밖에 없었기 때문에 하이디는 난로 앞에 있던 세발의자를 끌어와 그 위에 앉았다.
"너에게도 의자가 생겼구나. 그런데 그건 좀 낮은 것 같고, 내 의자에 앉으면 팔이 음식에 안 닿을 텐데..."
이렇게 중얼거리던 할아버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의자를 하이디의 세발의자 앞에 끌어다 놓고는 머그잔에 우유를 가득 따라 그 의자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접시 위에 빵 한 쪽을 놓고 그 위에 다시 노릇하게 구운 치즈를 얹어 우유 잔 옆에 나란히 놓았다.
"자, 이게 네 식탁이다. 어서 먹어라."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하고는 자신은 커다란 식탁 옆에 그냥 선 채로 식사를 했다.
하이디는 우유 잔을 들더니 단숨에 마셔 벼렸다. 그러고는 우유를 마시느라 참았던 숨을 후 하고 내쉬며 빈 잔을 내려 놓았다.
"우유가 맛있니?"
할아버지가 물었다.
"여태까지 먹어 본 우유 중에서 제일 맛있어요."
"그럼 한 잔 더 마시려무나."
할아버지는 우유를 한 잔 더 따라 주었다.

 

-'하이디'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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