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의 숲/메타세쿼이아 숲의 오후

비가 내린다. 습지로 가야한다.

커피우유- 2010. 7. 2. 14:46

 

 

비가 내리는 날, 투명우산은 비와 비 내리는 세상 모두를 보여줘서 좋다.

우산 위로 통통통 비 내리는 소리와 방울방울 맺히는 빗방울 그 모두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비가 내리는 운동장은 잔디가 더 짙은 초록색으로 젖었다.

비가 내리는 날에도 사람들은 우산을 쓰고 운동장 트랙을 걷고 있다.

한 바퀴. 두 바퀴.

어떤 이들은 안터습지 산책을 끝내고 돌아오는 시간까지 운동장을 돌고 있었다.

마치 좀머씨처럼 '제발 날 좀 내버려두시오' 라고 말하는 것처럼 입을 꾹 닫고 빠르게 걷는 사람들...

 

물기 먹은 잔디는 폭신폭신 스펀지같았다.

 

 

 

운동장 숲길에서 만난 꽃사과. 

비에 젖은 연두색이 너무 이쁘다. 꽃사과는 여름 내내 주렁주렁 영글어 갈 것이다.

 

 

 

비가 내리면 공원 숲은 나무들 세상이 된다.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나무들은 가지를 뻗어 비를 흡수하며 깊은 사색에 잠긴다.

비 내리는 날, 나무를 깨우지 말 것.

 

 

  

 

드디어 습지로 들어섰다. 자연이 사람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조용히 내면을 키우며 침잠해 가는 곳, 안터습지.

두 번째로 찾은 습지는 그새 버들과 줄의 키가 두배는 더 자랐다.

 

 

산책로의 데크도 온통 비에 젖었다.

 

  

 

아. 개망초. 지난 번에는 토끼풀꽃이 무리를 지어 이뻤는데 이번에는 그새 개망초꽃이 무리를 지어 피었다.

순결한 하얀색 꽃잎에 샛노란 꽃술. 소녀를 닮은 꽃.

한들한들 바람이 지나다닐 여유를 둔 채로 무리지어 핀다.

사랑스럽고 여성스러운 꽃이다. 개망초.

 

 

 

개망초가 데크 옆으로 키를 세우며 무리를 지어 피었다. 꽃무리, 꽃무리...

그리고 개망초꽃에서는 싱그러운 풀냄새가 났다.  

 

 

습지 연못에는 노랑어리연꽃과 수련이 그새 더 많은 꽃을 피워냈다.

연못은 그릇을 들고 빗물을 받아내느라 분주해 보인다.

한 모금 한 모금 그 물을 먹고 또 어디선가는 생명이 이어져 간다.

 

 

습지 산책로를 따라 걸어본다.

작고 소박한 안터습지는 그만큼의 작고 소박한 즐거움을 안겨준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안터습지의 풍경.

데크를 따라 걸어가다가 안터생태교육센터건물과 데크, 버드나무가 보이는 이 풍경이 나는 좋다.

 

 

 

푸릇푸릇 습지를 촘촘해 채운 줄.

줄은 벼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이르게 몇몇은 벌써 꽃을 피우고 있다.

군데군데 노랗게 갈라지는 것이 바로 줄의 꽃이다.

 

 

 

사이사이 징검다리를 건너면 수련을 더 가까이서 볼 수도 있다.

 

 

비에 젖은 화살나무를 만났다.

가지가 화살촉처럼 생겨서 이름이 화살나무가 되었단다.

참 기이한 모습의 나뭇가지를 가졌다.

나무는 이렇게 남과 다른 모습 하나쯤 가져야 비로소 그 존재가 뚜렷이 각인된다.

남과 다르다는 건 기억되기 좋다.

 

 

연못가에서 만난 부들.

부들은 여기저기서 소세지 꽃을 피우고 있다. ^^

어릴 때 꽃꽂이 된 부들꽃을 볼 때면 먹으면 맛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다시 봐도 참 독특하고 인상적인 꽃이다.

 

 

 

 

데크를 따라 걷다가 길게 늘어선 거미줄 발견-

맘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인다.

가느다란 거미줄에 큐빅처럼 박힌 빗방울의 집.

 

 

흐려서 그런 걸까. 물빛이 짙다.

짙은 물 위로 더 하얗게 보이는 <수련>

 

 

노란빛이 이쁜 작은 꽃, <노랑어리연꽃>이 자라는 연못.

귀엽고 사랑스러운 연꽃이다. 좀 더 가까이서 담고 싶지만 거리가 너무 멀다.

 

 

 

깨끗한 <분홍수련>.

수련은 평생을 물에 발 담그고 물 속 어둡고 컴컴한 이야기를 홀로 감춘 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우아한 미소로 아름다움만을 말한다.

아름다운 것만 보라고-

아름다운 것 안에 수많은 어둠이 엉켜 있겠지만 그 어둠이 바로 이 아름다운 꽃잎을 키운 거라고-

아름다운 것은 결코 가라앉는 법이 없다고

나를 가르친다. 짙은 물빛 위 고고한 수련 한 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