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마시는 피톤치드 한 모금
한 발자국만 더 내딛으면 사실 숲은 늘 우리 가까이 있다.
아침에 창을 여니 비는 그쳤는데 안개가 자욱하다.
이런 날은 유수지나 산으로 가야한다.
비 개인 아침.
오전 10시 반의 숲은 두 볼 가득 바람을 집어넣고 누군가 다가오면 피톤치드를 가득 내뿜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솔길을 조금 걸어가다보면 산으로 오르는 나무계단을 만나게 된다.
비가 내리다 그치기를 반복하면서 꽃들이 다 지고 나무는 또 다른 계절을 준비한다.
오솔길은 아직 잎새 가득 비를 머금고 있다.
이건 별이 되고 싶은 단풍나무-
다섯 장 잎을 최대한 벌려 흐린 하늘아래 단풍나무는 별이 되었다.
산으로 올라가는 입구, 나무계단을 만났다.
나무도 공기도 모두 축축하게 젖어있다. 나무도 나도 숨죽이며 오르는 숲.
이 길로 오르는 건 처음이다.
흙길을 밟아 보는 것, 참 오랜만이다.
이 길은 맨발로 걸어도 좋겠다. 내 발자국 소리를 듣고 나무들이 길을 비켜 선다.
숲 안의 잣나무 숲.
소나무는 가지 끝에서 잎이 두 개, 잣나무는 가지 끝에서 잎이 다섯 개로 갈라진다.
같은 잣나무라도 스트로브잣나무는 줄기가 매끈한 게 특징이다.
공원녹지과 분에게 배운 것. ^^
이쁜 초록색 솔이끼도 만났다. 솔이끼 방가방가~
산에서 만난 짧고 굵은 다리.
울퉁불퉁한 나무들이 서로 받혀주고 지탱하면서 길이 되었다.
아직 안개가 채 걷히지 않은 숲에서는 짙은 나무냄새가 났다.
피톤치드 한 모금, 두 모금...
초록색 공기를 들이마시며 검게 젖은 나무줄기, 붉게 젖은 땅, 더 짙은 초록으로 바뀐 잎사귀들을 바라본다.
이제 내려가는 길.
이곳에서는 산을 빙 돌아 계속 걸을 수도 있고, 정상으로 갈 수도 있고, 아래로 내려갈 수도 있다.
클로버 위로도 빗방울 꽃이 열렸다.
참 신기하지. 저 연약한 잎으로도 비를 모두 받아내다니...
클로버는 지치지 않고 어제의 비를 견딘 뒤 훈장처럼 빗방울을 매달았다.
인공수로 옆으로 노랗게 핀 노란꽃창포.
나무와 숲과 초록 공기를 흠씬 들이키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한 두 방울 빗방울이 떨어지는 가 싶더니 또 햇빛이 난다.
나도.. 나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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