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의 숲/메타세쿼이아 숲의 오후

인천차이나타운거리, 두 가지 색의 공존

커피우유- 2010. 8. 17. 12:45

차이나타운거리를 걸어본다.

 

이미 누군가 지나간 길, 또 다른 누군가가 걸어볼 길.

그리고 누군가에겐 고단한 삶 속에 소중한 꿈들이 누웠다 일어서는 생존의 그 길.

내게는 길이지만 누군가에겐 그곳이 집이다.

 

 

구로역에서 1호선 동인천으로 가는 급행을 이용했다.

그리고 동인천역에서 다시 인천역으로 한 코스만 더 가면 인천차이나타운이 나온다. 

역을 나오자마자 바로 보이는 풍경. 중국식 전통대문 제 1패루 '중화가'가 보인다.

이 길로 바로 들어서면 된다.

 

 

붉고 붉은 차이나타운의 건물들. 공화춘이 보이는 거리. 10월이면 이 거리에서 자장면축제가 열린단다.

이 길 어디서든 맛있는 자장면과 월병을 먹을 수 있다.

 

 

스카이힐(Sky Hill)로 불리는 이 계단을 오르면 제 3패루 선린문을 지나 자유공원으로 올라갈 수 있다.

계단에 그려진 의자에 앉아 사진을 찍으면 자금성 주인이 되어볼 수도 있다.

 

 

파랑색 지붕이 아름다운 패루 선린문.

 

 

 

아치형 패루를 지나 계단을 오르면 곧장 자유공원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패루를 지나 오른쪽으로 꺾으면 바로 삼국지벽화거리를 만날 수 있다. 나는 '주유' 그가 보고 싶었다.

 

 

벽화거리로 가는 한산한 작은 골목길.

할머니 한 분이 길에 앉아 느슨하게 햇빛을 쬐고 있다. 골목은 이가 빠진 듯 듬성듬성 허물어진 집들도 보인다.

허물어진 그 집은 아무도 살지 않는다고 했다. 비어진지 오래라고...

 

내게는 이 골목이 더 차이나타운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골목을 빠져나오니 다시 넓은 찻길이 나타났다.

 화교 중산학교 담벼락을 중심으로 길 양 옆으로 빼곡히 삼국지 이야기가 이어진다.

 

 

내가 찾은 건 '주유'의 '적벽대전' ^__^

어. 그런데 내가 찾는 주유가 아니다.

 

 

 

차이나타운 그 거리엔 화려한 홍등 너머 촘촘한 삶이 또한 존재한다.

시간이 멈춘 듯한 낡은 건물, 그 뒤로 또 무심히 더운 날을 피해 길에 앉은 주민들을 만난다.

 

 

 

 

 

 

한중문화관과 근대문화의 거리를 지나 다시 차이나타운 거리로 들어선다.

차이나타운 거리의 '자장면'을 맛보기 위해서다.

 

 

 

 

자장면은 여러 가지 다진 야채와 돼지고기 간 것을 넣어 식용유와 춘장으로 볶은 양념을 국수에 넣어 비벼먹는 대표적인 한국식 중화요리. 산둥지방에서 이주한 중국인 쿨리들과 부두노동자들이 야식으로 볶은 춘장에 국수를 비벼먹은데서 시작한 서민적인 음식이란다.

기분탓일까. 차이나타운거리에서 먹는 자장면은 확실히 그 맛이 달랐다.

춘장의 풍미에서 차이가 난다고 해야할까. 아무튼 오묘하고 맛있는 자장면에 반해 얼른 한 그릇을 비워버렸다.

 

양재 '초미향' 그리고 차이나타운의 자장면을 맛있는 자장면으로 인증하는 순간이었다.

 

 

 

이제 달콤한 디저트를 먹어야지... ^__^

찾아간 곳은 차이나타운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십리향'이다.

중국 전통 옛날 방식대로 숯불로 옹기에서 굽는 옹기만두가 유명한 곳. 맛있는 이 빵은  '옹기병'이라 불린다.

안에 들어가는 소에 따라 고구마맛, 검정깨맛, 고기맛, 단호박맛이 있다.

월병도 같이 판다.

 

 

따끈따끈하게 제공되는 옹기병. 고구마맛으로 골랐다.

아. 뜨겁지만 용감하게 반으로 가르면 쫄깃쫄깃한 빵 속에 고구마 소가 듬뿍 들어 있다.

소는 담백하고 피는 쫄깃해서 식감이 아주 최고인 빵. 꼭 먹어보아야한다.

비싸지만 않으면 몇 개 포장해오고 싶었던 옹기병. 맛 본 걸로도 행복하다. ^__^

 

 

 

이건 차이나타운 거리 곳곳에서 판매되는 '월병'

월병은 남송 때부터 전해지는 중국전통과자로 달걀, 팥소, 말린 과일 등을 넣은 다음 무늬가 있는 나무틀에 끼워 모양을 만든단다. 중국에서는 해마다 음력 8월 15일이면 이웃에게 월병을 선물하고 서로 나누어 먹으면서 행복을 빌어주는 풍습이 있단다.

 

십리향에서 판매하는 월병도 역시 소에 따라 밤. 팥. 고구마 등 여러가지 맛이 있었다.

우리가 고른 건 견과류가 든 것. 옹기병에 비해 무척 단맛이 강했고 견과류가 고소하게 씹히는 느낌이 좋았다. 소를 감싼 피가 얇은 것이 꼭 경주빵 같기도 한데 견과류와 말린 과일이 들어서인지 독특한 향이 났다. 새롭고 신기한 맛이었다.

 

옹기병. 월병. 아.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다.

옹기병은 옹기병대로 담백, 쫄깃하고 월병은 월병대로 달콤하고 향긋하다.

 

 

달콤한 월병을 먹으면서 삼국지 벽화거리를 지나 자유공원으로 올라가는 길.

조금씩 하늘이 푸르스름해지고 이쁜 까페들이 몇 불을 밝히고 있었다.  가보고 싶은 까페 '섬'하나 맘에 담고 또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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