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의 숲/메타세쿼이아 숲의 오후

스피돔 갤러리 산책

커피우유- 2010. 8. 13. 18:55

스피돔에 들렀다가 즐거운 예술작품들을 만났다.

Fun & Fantasy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스피돔 특별기획 조각 초대전. 스피돔 라운지에서 만날 수 있다.

탁 트인 공간에서 작품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조용히 들어보며 걸어보는 일도 즐거운 산책이었다.

 

 

김 민, 반 고흐, 70x17x72cm F.R.P,레진,안경 

 

김 민 작가의 작품 '반 고흐' 아. 너무 재미있는 조각작품이다.

그가 쓰고 있는 안경에 해바라기가 그려져 있다. 그는 여전히 해바라기를 보고 있고, 검은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그의 귀 언저리에는 뚝뚝 선혈이 흘러내린다. 쟈켓의 오른쪽 편에는 그가 즐겨 그렸던 Cypress 나무가 그려져 있다.

뭐랄까. 최대한 무겁지 않게 온몸으로 반 고흐가 보려한 것이 무엇인지, 반 고흐의 아픔은 무엇이었는지 보여주려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나무님이 생각났다.

 

 

김경민, 수다쟁이 천국 50x20x20cm Stainless steel, acrylic on Bronze 

 

풋. 즐거운 웃음이 났다. 평범한 일상의 한 모습인 것 같지만 제목에서부터 꽤나 많은 이야기를 던져준다.

수다쟁이. 사실 핸드폰 하나 만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수다쟁이가 되고야마는지. 작품 속의 그녀는 무척 행복해 보이는 표정이다. 아마도 그래서 <수다쟁이>가 아니라 <수다쟁이의 천국>이라는 제목이 되었나보다. 너른 벤치가 하나 있고, 빈 공간만큼 시간이 있고, 즐겁게 수다 떨 친구가 하나 있다면 그걸로도 꽤 흡족한 시간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내게는 이 작은 작품 하나가 꽤 흡족한 시간을 안겨 줬다. 이런 멋진 조각작품이 실용소품으로도 생활 속에 가까이 할 수 있다면 너무 좋겠다.

 

 

 

김경민 작가의 조각품 <휴식>

아. 너무도 달콤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다. 한쪽 신발을 벗어 살짝 벤치 위에 올리고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남자. 이 작품이 너무나 맘에 들었다. 집 안에 이런 벤치 하나 놓여있다면 너무 좋겠다.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이 남자의 이 유연한 휴식을 같이 누려볼 수 있을 것도 같다. 사실 휴식이 제일 쉬운 일 아닌가. 마음을 비우고 머릿속을 비우고 온전히 휴식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말이다.

그의 시선 끝에 뭉게구름이 이쁜 파란 하늘이 걸려있을 것만 같다.

 

 

 

 조영철, 기억을 쫓는 늑대, 58x150x95cm, 철용접후 채색 

 

또 하나 무척 마음을 잡아끌었던 작품이다. 꽉 차 있는 듯 하면서도 투명하게 속을 다 보여주는 작품. <기억을 쫓는 늑대>다. 앙상한 다리, 처연하게 숙인 고개가 무척 고뇌에 찬 모습으로 보여진다. 그의 목에는 카메라가 걸려 있다.

어떤 기억이기에 그를 이리 지치게 만든 걸까. 넓은 공간의 중앙에서 전체를 아우를 듯이 힘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늑대는 아마도 앞으로도 오랫동안 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 같다.

 

 

 정혜경, 하늘을 비추다, 60x40x50cm, Stainless steel, 우레탄 도색 

 

귀엽고 재미있는 작품이다. 축소된 남자들의 로망 오토바이. 오토바이 가득 하늘이고 구름이다. 이 작품은 기념엽서로도 한 장 챙겨왔다. 액자에 넣어두면 아이방에 넘 이쁘게 잘 어울릴 것 같다.

 

김성복 김경민 김 민 김보라 정혜경 조영철 작가가 함께 한 이번 초대전은 8월 22일까지 스피돔 라운지에서 만날 수 있다.

새롭고 유쾌하고 즐거운 작품들과 마음 속 대화를 나누며 내면의 오솔길을 걸어보기. 이 여름에 해볼만한 일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산책길. 이번에는 푸른 바닷길이다.

4층 스피돔 갤러리에서 만난 멋진 바다 속으로의 산책, '빛을 머금은 물'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박정화 작가의 전시회가 그것이다. 13일간 열리는 이 전시회는 8월 18일까지 광명 스피돔에서 만날 수 있다. 

 

푸르디 푸른 전시 공간 앞에서, 깊이 깊이 바다의 내면을 보여주는 작품들 앞에서 나는 행복했다.

그리운 바다 광안리. 내 안에 여전히 출렁이는 그 바다를 생각하면서 작품들 하나하나를 걸어보았다.

 

 

 

같은 크기의 작품 세 점이 모여 거대한 초록 바다가 되었다. 비가 내리는 날 광안리 바다도 저런 초록빛이 되었었다.

들여다보면 마음이 파도와 같이 너울을 넘듯 일렁이는 시원하고 아름다운 그림이었다.

 

 

The water-경계 속으로 , 145x111cm, oil on canvas, 2008  

 

 

 푸른 물속의 파도, 130x194cm, oil on canvas, 2010  

 

 

 

같은 색으로 같은 꿈을 꾸는 그림들... 한없이 푸른 이 파란색이 너무 좋았다.

줄리엣 비노쉬의 영화 'Blue'가 생각났고  'Le Grand Blue'가 생각났고, 'Messege In A Bottle'도 생각이 났다.

낡은 비디오테이프를 돌려 '병속의 편지' 그 깊은 심연의 바다를 다시 봐야할 것 같다.

 

 

 

벽을 가득 채운 블루. 블루. 블루.

가슴을 채우고 적시고 덮치는 푸른 바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