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의 숲/메타세쿼이아 숲의 오후

철도박물관

커피우유- 2010. 5. 3. 15:38

 

 

아이가 기차를 좋아해서 가보고 싶었던 곳인데 드디어 다녀왔다.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철도박물관>

좁은 도로 가로 벚꽃이 이쁘게 피어있는 길, 왕송호수를 따라 들어왔다.

초입부터 보이는 기차들로 아이는 벌써 흥분한다.

아, 맞다. 나도 철길, 기차 좋아했지...

 

 

 

맨 처음 보이는 미카3 161. 증기기관차다. 1986년까지 부산과 경주를 오갔다고 한다.

미카3 244 증기기관차는 임진각에서 봤는데 둘 다 멋진 외관을 가졌다.

칙칙폭폭 기차를 떠올리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그런 그림이다.

 

 

 

<우리나라에서 기차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다는 곳>, 마침 기차 하나가 들어왔다.

미카3  161 기차 앞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노란 철계단이 있고

그 자리에 앉으면 멀리 왕송호수가 보이고 여러 겹 철길 위로 시시각각  오가는 기차들이 보인다.

호수와 호수 옆 벚나무들과 철길과 기차로 도무지 지루할 틈이 없는 멋진 자리다.

 

 

 

최근까지 운행되었다는 2호선 전철. 낡고 바랜 모습 그대로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앉았을 의자,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붙잡고 매달렸을 손잡이.

빼곡이 들어찬 사람들이 보이는 것 같다.

더러 앉아 졸기도 하고, 책을 보기도 하고, 손잡이를 잡고 서서 가볍게 흔들리며 신문을 보기도 하고

물끄러미 창 밖만 바라보는 이도 있고, 어쩌면 출구 쪽 바를 붙들고 서서 연인끼리 마주보는 이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비어있는 공간, 멈추어버린 전철....

 

고스란히 손때가 남은 이 공간 조금은 을씨년스럽다.

 

 

 

누군가 앉아서 힘차게 기차를 움직여줬을 조종실도 낡고 녹슨 모습이다.

그래도 이렇게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게 즐거운 박물관.

의자에 앉아 기관사가 되어볼 수도 있다.

 

 

 

이제는 기억 속에 아련한 통일호.

저렴한 가격에 제일 대중적으로 이용되던 통일호인데 2004년을 끝으로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다.

초록색 의자에 하얀색 커버가 가물거리는 기억 속에 남는다.

 

 

 

아, 옛날 기차에 이런 휴지통이 있었나... 음... 그랬나보다.

다들 휴지는 앞 좌석 앞 그물 속으로 넣었는데... 휴지통이 있었구나...

 

 

 

이건 비둘기호. 비둘기호는 2000년 운행이 멈추었다.

비둘기호는 저렴한 가격과 구석구석 작은 역까지 선다는 매력에 할머니들의 주요 교통수단이었다.

예전 창원역에서 비둘기호가 도착하면 장날, 보따리를 무겁게 머리에 인 할머니들이 일제히 달려나갔다.

외할머니와 외갓댁에 갈 때도 어김없이 이 비둘기호를 탔었다.

'비둘기호= 할머니' 내겐 그런 공식이 남아있다.

느렸지만 느린 만큼 많은 세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누군가의 땀이, 누군가의 성실함이 저렇게 의자 위를 색이 바랜 모습으로 만들었다.

누군가는 성실하게 기차를 움직였고, 누군가는 성실하게 그 기차를 타고 일터로 나갔다.

그 어느 날에 말이다.

 

 

 

 

철도역사에 대해 들려주는 공간, 누군가가 정말 멋진 포스터를 그렸다.

가평역이다. ^^/

 

 

  

 

예쁜 기차모형들, 아름다운 풍경 속에 놓인 기차가 참 이쁘다.

 

 

이 모형기차 앞에서는 기적소리를 들을 수 있다.

우리가 흔히 기차하면 떠오르는 그런 소리를 들려준다. 미카3 129...

컴컴한 공간에서 들려오는 리얼한 기차소리에 아이는 겁을 먹는다.

 

 

 

 

기관사들의 모자, 앞의 작은 것은 모형이다. 오른쪽 붉은 건물은 과거의 부산정거장.  

 

 

서울역그릴에 있었다는 식당, 은제 식기들...

아마도 아무나 들어가지는 못했을 그런 음식점이었을 것 같다.

 

 

이용료 100원을 넣고 운전체험을 해 볼 수 있는 아이들의 완소 공간이다. ^^/

속도를 조절할 수 있고, 좌석이 실제 기차가 달리는 것처럼 흔들흔들 덜컹거린다.

1회 이용 후에는 다음 사람을 위해 비켜줘야한다.

 

 

기차 현판들...  문득 이 숫자들의 의미가 궁금해진다.

 

 

 

제일 재미있었던 곳, <모형철도 파노라마> 음.. 굿. 기대이상이었다.

철도박물관에 가면 꼭 보아야할 곳으로 추천하고 싶다.

 

 

종류별 기차가 대기하고 있다. 

저마다 정해진 길로 정해진 속도로 달리는 모습이 넘 보기 좋다.

도심을 달리는 전철, 멀리 외곽을 도는 통일호, 화물차, 빠르게 움직이는 KTX까지...

이 안에서 아침이 되고, 해가 지고 밤이 되고 기차가 달렸다가 멈추어 쉬기도 한다.

기차를 운행시키는 아저씨의 설명까지 더해져 사람들은 아이나 어른이나 모두 철길 위로 빠져든다.

특히 모형실 내부가 컴컴해지고 빌딩과 가로등이 켜지고 기차 내부가 밝아질 때 모두들 탄성을 내질렀다.

와아-

밤에 달리는 기차는 특히나 아름다웠다.

 

 

 

모형실 내부 서울역 모형, 그 뒤로는 기차가 쉬는 곳이다.

 

모형철도 파노라마를 보고 나면 모든 관중들이 박수를 친다.

그만큼 재미있고, 뭔지 모를 가슴뭉클한 감동도 있다.

들어갈 때는 다들 줄을 서서 서성거리면서 담백한 마음으로 들어갔다가 나올 때는 흐뭇한 표정으로 나온다. ^^/

아이만큼 어른들도 좋아하는 <모형철도파노라마>

 

 

 

왕송호수와 벚꽃길, 철길과 기차가 많이 보이는 그 자리에 다시 앉았다.

바쁘게 오가는 기차를 보면서 오렌지도 먹고 비스킷도 먹고...

 

 

 

 

민들레, 제비꽃, 봄맞이꽃이 한 자리에 얽혀있다.

햇살 가득 받은 봄맞이꽃이 그냥 하얀 별처럼 나왔다.

 

 

 

철도박물관과 멀지 않은 곳에 의왕시 자연학습공원이 있다.

왕송호수를 바라보면서 천천히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흰말채나무가 붉은 줄기만으로 붉은 숲을 만들어냈다.

숨기 좋은 길,

 

이곳은 철쭉이 필 때 제일 아름다울 것 같다.

 

 

 

 

철도박물관을 다녀온 아이는 기어이 기차를 가슴에 안고야 만다.

KTX 기차와 토마스 기차들을 나란히 놓고...

 

철도박물관을 다녀오면 기차를 사줘야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