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의 숲/메타세쿼이아 숲의 오후

외암리 민속마을- 따뜻하고 아늑한 그 품 속

커피우유- 2010. 5. 10. 16:25

 

 

아산에 여러 번 들르면서도 번번이 갈 기회를 놓쳤던 외암리 민속마을...

드디어 따뜻하고 아늑한 그 마을을 만났다.

하늘과 집과 땅이 가깝게 맞닿아 따뜻한 기운이 마을 전체를 감싸고 있다.

마음 속에 품고 있던 바로 그 느낌 그대로의 외암리마을... 아. 따뜻해...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내려서면서부터 설레기 시작한다.  

외암리는 '태극기 휘날리며','클래식','취화선' 등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음... 이 중에 내가 본 건 없다.

 

 

 

주차장에서 처음 눈에 들어오는 이 곳은 외암리 민속관 건물.

이 건물 오른쪽으로는 외암리 주민들이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 마을길로 이어진다.

 

 

주차장에서 민속관으로 가는 길 개천 위로 '섶다리'가 놓여있다. 지금은 이용할 수는 없다.

섶다리는 옛날 다리의 건축법을 재현해서 나무 기둥과 흙으로 만든 다리-

입구에는 미루나무 두 그루가 시원한 풍채를 자랑하며 키를 키우고 있다.

 

 

 

이곳을 기준으로 외암민속관과 외암민속마을로 갈림길이 나타난다.

민속관은 양반, 중인, 평민들의 가옥 구조를 살펴볼 수 있고, 민속놀이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외암민속마을은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마을이기 때문에 그 어느 민속마을보다 아름답고 실제적이다.

내가 걷고 싶었던 길은 바로 이 외암리 민속마을 돌담길.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 밭들이 일구어져있다.

막 일군 듯한 밭은 검은 흙이 윤기가 반지르르하다.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낮은 산이 마을을 더욱 따뜻하게 감싸주는 것 같다.

 

 

 

 

마을 초입에서 만난 외암리 민속마을의 보호수 '느티나무'. 

1982.11.1 일에 보호수로 지정된 나무라고 하는데 수령이 무려 600년이다.

높이 21M, 둘레는 5. 5M...  나무와 함께 사진을 찍으면 사람이 조그만 매미같이 보인다. ^^

 

 

 

이제 마을 구경 가 볼까?

지금 보이는 이곳 집들은 모두 주민들이 주소를 가지고 거주하고 있는 집들이다.

 

 

 

차곡차곡 올려쌓은 돌담길...

골목은 좁아지기도 하고 넓어지기도 하며 미로처럼 연결되어 있다.

담은 생각보다 높아서 담장 너머를 들여다보기가 쉽지는 않다.

주민들은 이 담장 안에 집과 밭들을 가지고 있어서 담 안에서 모든 경작과 생활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이렇게 헛개나무나 청국장, 고추장 등을 판매하는 집들이 몇몇 있다.

 

 

 

식혜가 천 원. 날이 더워져서 목이 마르기도 했고, 무엇보다 집 안을 보고 싶기도 했고, 이 문구가 왠지 잡아끌었다.

담장 안에 있는 밭에 앉아 계시던 주인아주머니가 김치냉장고에서 페트병에 담긴 식혜병을 꺼내 주신다.

바닥에 끈적한 게 묻었다며 마른 수건으로 정성껏 닦아주신다.

식혜를 기다리는 동안 집을 둘러보았다. 담장 안 거주지는 생각보다 넓었다.

보통 밭이 집 밖에 있기 마련인데 이 외암리 마을은 담장 안에 집과 밭이 있는 것이 새로웠다.

정원처럼 밭들을 끼고 있는 것.

 

아, 그리고 식혜는 너무 맛있다.

집에서 어머니가, 할머니가 만들어주시던 바로 그 맛. 불순물없이 순수한 그 맛 그대로...

 

 

 

식혜를 산 아주머니네 집 앞에 있던 장작더미, 이 나무 하나도 소중한 재산이겠지.

이런 삶도 있다. 아궁이에 나무로 불을 지펴 바닥을 데우는 삶...

느리게 느리게 삶이 따뜻해지는 그런 삶...

 

 

 

 

 

마을 가장자리에 돌담이 낮아 들여다보니 비어있는 밭이 보이고 그 뒤로는 산이 이어진다.

 

 

 

마을 끝에서 만난 실개천과 그 가를 덮어버린 꽃잔디...

이 실개천으로는 무수히 많은 꽃마리들이 같이 자라고 있다.  

 

 

마을 끝, 산자락 가까운 곳에 앉아 쉴 쉼터가 있고 그 쉼터 옆으로 실개천이 흐른다.

거기 풀들이 파랗게 낮은 흙들을 다 덮어 온통 초록이다.

산에서 바람이 시원하게 마을로 내려왔다.

 

 

 

 

담장 안을 들여다보는 게 쉽지 않았는데 마침 볼 수 있는 곳이 있었다.

뒷마당에 가지런히 놓인 장독대들... 무척 정갈해 보이는 집이다.  

 

 

 

 

 

마침 새로 지은 집을 구경해 볼 수 있었다.

음... 임대와 매매도 있네. 한 번 살아볼까 하고 둘러보았다.

방 두 개, 마루 하나, 부엌, 화장실, 보일러실, 마당이 있는 구조다.

외암리의 집들은 문화재로 지정되어 국가에서 유지보수를 해 준다고 한다.  

보일러실도 따로 있지만 나무로 불을 땔 수 있는 아궁이도 갖춰져 있다.

 

 

전통가옥에 현대식 조명이 나름 멋있어 보인다.

전기공사가 다 되어 있어 가전제품도 이용이 가능하게 지어져 있었다.

 

 

집도 새 것, 나무도 새 것, 이제 막 얹은 초가지붕도 보송보송 새 것이다.

 

 

 

방 안에 들어가서 창문을 여니 이웃집 정원이 한 눈에 들어온다.

담장으로 둘러쳐져 있어 내부를 볼 수 없었는데 이렇게 이웃끼리는 소통이 가능한 구조구나...

 

 

 

아... 외암리... 살아보고 싶은데 이건 좀 난처하다... --;;;

화장실과 주방은 바깥으로 입구가 따로 나와 있다.

아, 그런데 이 화장실은 저 구멍 속에 작은 통만 들어 있어 자주 퍼 내야한다.

밭을 일구고 퇴비로 활용해서 처리해야하나보다.

안되겠다.  이 마을에 살려면 퇴비만드는 것부터 배우고 와야겠다.

 

나중에 안 건데 화장실은 개인이 현대식으로 개조해서 다들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마을 일람이 끝났을 때 정자가 나오고 커다란 도토리나무에 매달린 그네가 보였다.

아산은 노을이 아름다운 동네다. 아름다운 노을을 바라보면서 그네를 타는 기분이 좋았다.

바람도 시원하고 눈 앞에 보이는 풍경도 아름답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모두 이 그네를 무척 사랑했다. 행복한 얼굴로 그네에 흔들리던 사람들...

 

 

 

정자에서 보이는 마을의 집.

이 집에 사시는 분이  그네가 있는 곳의 나무가 '도토리나무'인 걸 알려주었다.

여름에 놀러오면 참외 맛을 보게 해 주겠다 하신다.

외암리는 밖에서 보면 마치 사람이 살지 않는 것 같지만 집집마다 삶이 진행되고 있다.

박물관이 살아있다처럼 <민속마을이 살아있다> 쯤 될까.

 

 

 

도토리나무가 숲을 이룬 쉼터. 이제 이 쉼터만 벗어나면 다시 주차장과 민속관이 나오고 마을 구경도 끝이다.

이곳의 도토리나무들은 몹시 키가 크고 두껍다.

 

 

어스름 해가지고 있다.

민속관 앞 개천- 민속관은 여섯 시가 넘어 관람이 종료되었다.

주차장에 차들도 거의 빠져나가고 없다.

 

 

 

 

민속관 내부는 관람시간이 지났고 이건 마당에 있던 것들...

곤장 맞는 곳... ㅋㅋ

 

 

줄타기 체험 해 보는 곳. 손을 잡고 걸으라고 되어 있다.

밧줄이 무척 탄탄하게 매어져 있지만 중간쯤 가면 휘청휘청하면서 중심잡기가 힘들어진다.

그래도 누군가 손을 잡아준다면 누구나 끝까지 완주할 수 있다.

 

 

 

저녁내기 투호놀이도 좋다.

 

 

 

 

장작도 이렇게 질서정연하게 모여있으면 아트가 된다.

뾰족뾰족 조금씩 모양은 다르지만 모두 '장작' 이라는 존재가치는 같다.

누구보다 뜨겁게 타오를 것.

 

 

 

올라갔던 그 길, 집으로 가는 길에 다시 올려다본다.

해가 지기 시작하는 시간이라 집들이 더욱 따뜻해 보인다.

 

 

  

 

아련하게 이제 내 마음 속에만 남을 아름다운 마을 <외암리>

외암리는 따뜻하다.

돌담으로 둘러싸인 골목도 따뜻하고 낮게 내려앉은 둥근 산세도 따뜻하고 마을 구석구석 피어있는 나무, 풀, 꽃들이 그 모두가 따뜻하다. 그 마을에서 만난 무뚝뚝하지도, 과도하게 친절하지도 않은 그냥 그대로의 주민들도 따뜻하다. 그 마을의 공기가 따뜻하고, 그 마을의 하늘빛이 따뜻하고 그 마을을 통과하는 바람도 따뜻하다.

 

부디 오래오래 아름답게  보존되기를... 오래오래 사랑받기를 바래본다.

 

 

 

 

 

처음 만났던 섶다리와 미루나무를 다시 만났다.

흘러간 시간을 반영하고 그 모습 그대로 개천에 긴 그림자로 드러누웠다.

 

 

아름다운 외암리... 안녕..

도고에서의 기억이 너무 좋아 안그래도 아산, 좋아하는데 외암리마을로 인해 아산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영인산휴양림을 산책하고, 외암리 마을길을 걷고 집으로 오는 길,

도로 왼편 언덕에 공세리 성당이 은은한 조명아래 빛나고 있었다.

아산 39번 국도로 달리다보면 영인산휴양림, 외암리민속마을, 피나클랜드, 공세리성당을 모두 만날 수 있다.

검어진 도로 너머 간간이 마을길을 비추는 가로등이 유일한 불빛이기도 했다.

그리고 내 맘속에 차오르는 행복한 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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