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의 숲/메타세쿼이아 숲의 오후

강화 일주, 동막에서 만난 노을

커피우유- 2010. 5. 13. 08:28

 

 

강화 일주하기

-덕진진, 해안순환도로, 교동선착장, 외포리선착장, 동막해변, 선두5리 어시장

 

덕진진을 빠져나와 해안순환도로를 달렸다.

강과 나무와 조용한 들판이 펼쳐진 길에서 오른쪽을 비껴나가는 염화강을 바라보며 달리는 기분이 좋았다.

평화전망대를 가보고 싶었는데 길을 잘 못 들었는지 좁은 길로 올라가다가 검문소를 통과하지 못하고 되돌아왔다.

다섯 개의 검문소가 있는데 신분증 확인이 가능한 검문소로 들어가야만 평화전망대에 진입할 수 있다.

강화는 북한과 가까운 땅이라 평화전망대도, 교동으로 들어갈 때도 필요한 절차를 밟아야만 했다.

 

 

 

어차피 오늘은 교동도 들어가는 배를 타보는 것과 동막해변의 일몰을 보는 게 목적이었으니까.

평화전망대는 뒤로 하고 강화대로를 달려 화개해운여객터미널로 향했다.

강화시가지를 가로질러 강화고인돌을 지나 갯내나는 화개여객터미널에 당도했다.

 

 

 

이 배가 하점면과 교동도를 오가는 여객선이다.

교동도로 들어가려면 신원확인 절차를 거쳐야한다. 준비된 서류에 정확히 신상을 적어야한다.

금지된 땅에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배가 들어오고서도 정확한 시간이 되기까지 개찰구도 열리지 않았다.

무뚝뚝하고 조금은 불친절한 느낌이 드는 선착장이다.

무엇이 이곳 사람들을 이렇게 경직시키는 걸까...

 

 

낮게 내려 앉은 하늘과 검은 바다...

내게 교동도는 이런 느낌이었다. 쉽게 발을 들여놓아서는 안되는 그런 땅이라는 듯이...

교동은 쉽게 맘을 열지 않았다.  나도 섣불리 다가갈 수가 없었다.

 

 

30분 남짓 배를 타고 내린 곳, 교동도 선착장.

해변가로 걸어갔다. 아.... 이렇게 황막할 수가... 갈매기들만 생명체인 듯이 움직인다.

차를 배에 같이 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교동도 구경은 할 수 없었다.

차가 없이는 교동도 둘러보기는 사실상 어렵다. 선착장 주변으로는 쓸쓸함만 가득하다.

배가 들어오면 군인들이 먼저 내려오는 땅.

함께 배를 타고 들어온 교동도 주민들은 순식간에 제자리로 돌아가고 없다.

 

 

 

교동도 선착장 모습.

교동도에서 강화로 들어가는 막배가 6: 15분에서 20분경 당도하기 때문에 서둘러 돌아가려는 차들로 길게 줄이 늘어서 있었다.  교동도 둘러볼 엄두도 내지 못한 채 다시 배에 올랐다.

검표하시던 분이 "왜 다시 와?" 하고 물으신다.

"차가 없으니까 구경을 할 수가 없네요. 배 시간도 맞출 수 있을 지 걱정되기도 하고..."

"볼 거 없어. 여긴" 하며 허허 웃으신다.

배 타고 와서 내렸다가 곧 바로 배에 다시 오르는 게 그래, 웃기기도 하다.

여기가 교동도야 하고서는 바로 배에 올랐으니... ^^;

그래, 다음 번에, 다음에 올 때는 꼭 차를 가지고 배를 타야겠다.

그리고 이 슬픈 비밀을 간직한 교동도를 둘러봐야지. 이 섬이 왜 이리 슬픈가를 살펴보고 싶다.

 

 

 

 

배에 오르면 갈매기들이 새우깡 냄새를 맡고 무섭게 날아든다.

저 집요한 눈, 정면을 향해 날개짓하다가 고개만 오른쪽으로 틀어 새우깡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는 공중에서 덥썩- 새우깡을 받아 문다.

바다에 떨어지는 새우깡도 잘도 찾아내 낚아 챈다. 새들의 완소 간식, 새우깡...

가까이에서 너무 무섭도록 집요하게 바라보는 그 눈들이 무서워 객실 안으로 들어갔다.

 

 

검푸르게 해가 내려 앉는 바다 옆으로 검문초소가 보인다.

그 풍경이 쓸쓸하다...

 

 

교동도를 떠나오는 배 위에서 보는 교동도는 더 쓸쓸하다.

<웃음과 희망 그리고 사랑이 넘치는 교동>

아... 내가 본 교동과 너무도 다른 이 문구.  이 문구가 더 마음을 잔-하게 만든다.

어디든 삶은 소중한 것이지만

가보지 못한 곳, 그래서 미지의 교동은 작고 조용한 그 이미지만으로 내겐 슬픈 곳으로 기억되고 만다.

 

 

 

배는 다시 강화로 간다.

 

 

 

돌아보면 교동도, 아까보다 더 작아진 모습으로 멀어지고 바다 위로는 해가 내려앉는다.

 

 

 

 

다시 해안선을 따라 달리다가 외포리 선착장에 내렸다.

일몰이 시작되고 있다.

 

 

 

 

사랑이 그리운 날에 이 벤치에 앉아서 해 지는 바다를 바라보자.

동막해변으로 물이 가득 차 올랐다. 해는 오른쪽 산에 가려 하늘 절반만 붉은 빛이다.

 

 

 

소나무와 벤치와 조용히 하늘 가를 물들이는 붉은 노을,

내가 본 동막해변의 일몰... 화선지에 먹물 스미듯 그렇게 조용히 가슴에 물이 든다...

 

 

 

 

 

 

 

강화 일주를 마치고 들른 선두 5리 어시장.

이곳 간판의 이름은 바로 배 이름이다. 각 배의 선주들이 이 어시장 횟집의 주인이자 어부인 셈이다.

한 곳에 들어가니 벽 가득 배 위에서 잡은 물고기를 들고 찍은 사진들이 붙여져 있다.

어. 자세히 보니 사진에 물고기를 잡고 있던 분이 서빙을 해 준다.

실감나는 횟집이랄까... ^^/

가격에 맞게 원하는 생선을 고를 수 있고, 거기에 만 원을 추가하면 매운탕도 먹을 수 있다.

식당 한 쪽 창이 온통 바다로 열려 있어서 바다를 원없이 보면서 회를 먹을 수 있는 곳.

 

 

 

 

이 날은 이곳 어시장도, 강화도 어디든 사람들의 발길이 적었다.

구제역 발생지역이라 들어오고 나가는 동안 10번도 넘게 차는 소독줄을 넘어야 했다.

그 때문에 찾는 이들도 적고 그래서인지 강화 전체가 침잠된 분위기 속에 잠이 든다.

 

건강하게 회복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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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um블로그이슈에 올려주셨어요.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