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의 숲/메타세쿼이아 숲의 오후

연잎 미로길을 걷다

커피우유- 2010. 7. 31. 18:26

 

 

가까이 살면서도 발길이 닿지 않았다.

논과 연밭을 양옆에 두고 농로를 따라 잠시 걸어본다.  

 

 

분홍색 매끈한 도자기같다. 키보다 높게 피어 하늘에게만 모습을 보여준다.

깨끗한 꽃잎이 넘 이뻐보였다.

 

 

 

 

연밭 사이 사이로 작은 길이 나 있어 미로를 걷듯 풀섶을 걸을 수 있다.

풀들은 한여름 열기 속에 무릎만큼 자라나 있었다.

 

 

 

무릎 높이에서 부딪히는 풀들을 스치며 연잎들이 담처럼 둘러싼 길을 걸어보는 일.

여름의 후끈한 열기가 고스란히 익어가는 길을 걸어보는 일.

난 여름의 한 가운데에 서 있는 것만 같다.

 

 

 

 

길게 점을 찍듯 한 줄로 늘어선 저 나무들은 어디로 가는 길일까.

연잎 바닷길 너머 아련한 어떤 풍경... 나를 잡아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색의 연꽃들을 만날 수 있었다.

세계 각국의 연꽃들을 시험재배하는 못이었다. 처음 보는 이쁜 색들...

 

 

 

멀리 관곡지 풍경이 보인다.

연잎 바다를 헤쳐나가야 저리로 닿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참 끝이 없다. 연의 바다. 연의 무리...

그러나 그 끝없는 넓이가 이리 사람들을 잡아끄는 것이다.

상상하지 못했던 넓이와 깊이로. 마음을 붙잡는 연밭, 연의 바닷길...

 

 

 

 

 

연잎들을 한 장 한 장 밟고 걸으면 저 아련한 열기 너머 풍경에 닿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초록 연잎의 바다, 그 빽빽한 생의 울타리....

 

걸어도 걸어도 행복하기만 했던 산책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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