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살면서도 발길이 닿지 않았다.
논과 연밭을 양옆에 두고 농로를 따라 잠시 걸어본다.
분홍색 매끈한 도자기같다. 키보다 높게 피어 하늘에게만 모습을 보여준다.
깨끗한 꽃잎이 넘 이뻐보였다.
연밭 사이 사이로 작은 길이 나 있어 미로를 걷듯 풀섶을 걸을 수 있다.
풀들은 한여름 열기 속에 무릎만큼 자라나 있었다.
무릎 높이에서 부딪히는 풀들을 스치며 연잎들이 담처럼 둘러싼 길을 걸어보는 일.
여름의 후끈한 열기가 고스란히 익어가는 길을 걸어보는 일.
난 여름의 한 가운데에 서 있는 것만 같다.
길게 점을 찍듯 한 줄로 늘어선 저 나무들은 어디로 가는 길일까.
연잎 바닷길 너머 아련한 어떤 풍경... 나를 잡아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색의 연꽃들을 만날 수 있었다.
세계 각국의 연꽃들을 시험재배하는 못이었다. 처음 보는 이쁜 색들...
멀리 관곡지 풍경이 보인다.
연잎 바다를 헤쳐나가야 저리로 닿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참 끝이 없다. 연의 바다. 연의 무리...
그러나 그 끝없는 넓이가 이리 사람들을 잡아끄는 것이다.
상상하지 못했던 넓이와 깊이로. 마음을 붙잡는 연밭, 연의 바닷길...
연잎들을 한 장 한 장 밟고 걸으면 저 아련한 열기 너머 풍경에 닿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초록 연잎의 바다, 그 빽빽한 생의 울타리....
걸어도 걸어도 행복하기만 했던 산책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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