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둑을 따라 벼가 익어가는 여름논이 있고, 그 너머 나무들이 죽 호위병처럼 늘어서서 길을 안내하는 곳.
거기 쉼터가 하나 있어서 사람들이 쉬어가기도 한다.
후덥지근한 여름 날씨는 훅- 입김을 불어 그 뒤의 풍경을 고스란히 삼켜벼렸다.
그리고 나는 그 너머의 풍경이 궁금해졌다.
한 사람, 두 사람, 그리고 나무들의 정렬.
아름답다. 아름답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해... 그리고 나는 더 가까이 그 나무들의 길로 걸어간다.
이길이었구나.
이쁜 나무들은 벚나무들이었다.
이 길을 따라 무수히 많은 자전거 탄 사람들이 풍경 끝으로 달려갔다.
나는 길 가운데 서서 어느 쪽으로 걸어볼 지를 결정하면 되는 거였다.
하루종일 걷고 싶어.
해가 질 때까지 이 길 위에 있고 싶어.
그 때였다.
눈 앞에 초록강이 반짝인 것은... 내 눈앞에 믿을 수 없는 풍경이 나타났다.
초록강 내 영혼의 쉼터
다른 그 어떤 것도 필요없이 딱 그것만으로 충분한 초록강-
시간이 정지된 곳. 그곳에서는 그 누구도 분주히 움직이지 않았다.
바람도, 하늘도, 풀도 잠잠히 쉬어가는 곳.
강과 맞닿아 수초들이 자라는 사이로 물오리가 지나간다.
마치 오랫동안 그래왔다는 듯이 평화롭고 고요한 움직임이다.
내 마음을 걸어두고 온 강변의 목책.
이 목책에 몸을 기대 강과 그 너머 초록 들판을 바라보았다.
살살 불어주는 바람이 기억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주었다.
오래 오래 너를 기억하며 살게 될 거야. 문득 문득 네가 생각나고 나는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하겠지.
그리워하면서도 쉽게 만나지 못하는 일이 그래도 살아가는 데 힘이 되어주기도 할 거야.
그리워하다보면 언젠가 만나게 되지 않을까.
안녕. 내 눈 앞에 나타난 초록강, 내가 만난 아름다운 내 영혼의 쉼터.
내 마음 거기 걸려 초록색으로 물들어있을 목책도 안녕.
내 그리움과 네 그리움이 맞닿는 날 다시 만나자.
가을의 너는 어떤 모습일까... 겨울, 그리고 봄에 네 모습은 또 어떤 색으로 달라질까.
길은 다시 처음으로, 처음 그 자리로 나를 데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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