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의 숲/메타세쿼이아 숲의 오후

숲 속의 집 '제갈채'에서 하룻밤, 또 하룻밤

커피우유- 2010. 7. 14. 09:13

 

 

숙소로 오르는 길.

아침 먹고 산책, 점심 먹고 산책, 휴양림에서는 그렇게 시간이 지나간다.

달리 갈 곳도, 할 일도 없이 숲을 노니는 것...

가만히 앉아 숲을 느껴보는 것. 그게 휴양림에서 할 일이다.

 

 

숲 속의 집 제갈채에서 하룻밤, 또 하룻밤

-루드베키아 꽃숲에 둘러 싸인 제갈채

 

 

우리가 묵은 A동은 한련화, 산부채, 제갈채 세 채가 나란히 한 지붕 아래 있었다.

숲 속의 집은 이름 그대로 사방이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제갈채 입구.

참 이쁘게도 제갈채 꽃그림이 문패처럼 걸려있는 집이다. ^^

 

 

A동 제갈채의 내부모습. 7평 원룸형태로 4인이 묵을 수 있다.

서까래가 드러난 높은 천장이 무척 맘에 드는 집이었다.

 

거실 창으로도 숲이, 주방의 창으로도 숲이 보였다.

설거지를 하면서 이따금 내다보이는 숲이 보기 좋았다.

 

콘도나 이런 휴양림에 묵으면 최소한의 세간살이로도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배우게 된다.

사실 짧은 시간을 묵어가기에는 냄비 하나, 주전자 하나 그걸로도 충분했다.

삶은 때로 얼마나 단순한 것인가.

 

 

휴양림에서의 단순한 삶, 그리고 우리의 아침, 점심, 저녁

 

 

숲 속의 집에서 맞은 첫 아침상.

최고급 밥솥이 아니어도 밥은 맛있게 잘 지어졌다. 밥솥은 취사/보온만 되면 된다.

 

막 끓인 된장찌개랑 미리 준비해 온 반찬 몇 가지-

숲 속에서는 잠도 더 달게, 밥도 더 달게 몸이 흡수해댄다.

 

 

 

점심은 간단하게 즉석조리식품으로 대체했다.

잘 익은 열무김치와 먹는 자장은 참 맛있었다. 숲에서는 그렇게 식욕도 푸르르다.

 

 

커피는 야외에서 마셔주는 것이 좋다.

커피 & 우유.

 

한 자락 두 자락 넘어가는 숲을 바라보며 나는 커피를, 아기는 우유를 마셨다.

 

 

그를 기다리다 발견한 애잔한 나무 한 그루.

그 나무가 내게 묻는 것 같았다.

"나는 하나일까. 둘일까?"

 

하나인 듯, 둘인 듯 그렇게 살아가는 우리를 닮았다.

"우리는 하나일까. 둘일까?"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 당도한 그가 서둘러 불을 지폈다.

저녁 메뉴는 바베큐요리.

수레산휴양림을 미리 다녀간 제이슨&메리언님의 추천메뉴로 구성했다. ^^

돼지고기, 수제소시지, 새우, 통감자...

 

철망과 숯만 준비하면 각 숙소마다 바베큐를 즐길 수 있다.

미리 검색해보지 않았으면 이 즐거운 식사를 놓칠 뻔 했다.

 

 

 

아. 불에 그을린 새우는 참 달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이었다.

아기는 소시지 세 개를 홀랑 다 먹어버리고는 배 부르다며 일찍 자리를 떴다.

고기는 고기대로, 소시지는 소시지대로,  새우는 새우대로  모두모두 착하게 맛있었던 저녁.

 

 

 

 

고추장아찌, 마늘장아찌, 양파장아찌, 김치, 쌈장까지 듬뿍 넣어 한 입-

사실 상추쌈보다 그냥 장아찌 국물에 콕 적셔먹는 고기를 더 좋아한다.

 

폭신하게 익은 통감자구이도 겉은 바삭한 감자칩처럼, 속은 촉촉하고 부드럽게 잘 익어 참 맛있었다.

 

 

 

숲은 어둠이 일찍 찾아온다.

조용한 숲에 노란 가로등만이 외눈박이로 불을 켰다.

 

하룻밤, 또 하룻밤 제갈채에서의 마지막 밤이 그렇게 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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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피는 봄이오면ost-옛사랑을 위한 Trump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