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의 숲/메타세쿼이아 숲의 오후

여름의 정점에서

커피우유- 2010. 7. 28. 12:02

 

 

여름의 정점에서 물총을 쏘다

 

7월 말. 여름 하늘은 그 어느 때보다 또렷한 하늘색과 뭉게구름을 보여준다.

그 하늘 아래로 쏟아지는 햇볕. 햇볕.

 

그 무더위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고스란히 폭염을 흡수하고 포슬포슬 찐감자가 되거나. 송글송글 송진처럼 땀을 빚어내는 일.

감기의 정점에서 감기를 온몸으로 받아들인 후 이겨내는 것처럼

그렇게 여름의 정점에서 여름을 온몸으로 받아들인 후 비로소 여름은 끝이 날 것이다.

 

 

 

 

아이들은 그 한낮의 더위와 맞서며 여름의 정점을 향해 물총을 쏜다.

까르르 시끄러운 웃음소리와 고함소리로 마구 여름 하늘을 찔러대는 것이다.

 

두려움 없이 여름을 즐기는 아이들.

두려움 없이 온몸이 젖도록 여름의 정점을 향해 걸어들어간다.

 

그런 날이 있었다.

아무런 두려움 없이 낯선 길을, 사랑을 걷던 일.

 

 

 

 

짙어 짙어 검어지는 숲 아래로 솟아오르는 물줄기.

 

여름의 정점을 향해 물총을 쏜다.

 

비록 낮은 높이로 뛰어올랐다 까마득히 떨어져내릴지라도

솟아. 솟아. 다시 피어오른다.

그럴지라도

까딱도 하지 않을 여름 한 낮. 그렇게 여름 하나가 또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