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의 숲/메타세쿼이아 숲의 오후

덕고개 가는 길

커피우유- 2010. 10. 26. 11:22

 

 

 

마을 버스를 타고 들어온 길을 되밟아 대야미역으로 가기로 했다.

버스로 10분 남짓 들어온 길이라 천천히 걷다보면 그리 먼 길도 아니다.

또 차로만 지나왔던 덕고개, 갈치저수지도 만나야한다.  

 

납덕골 벽화마을에서 덕고개 가는 길, 그 길에서 만난 가을과 가을 나무들..

 

이 길은 걸어도 걸어도 지치지 않았다.

 

 

곡식이 여물어가는 계절. 부지런한 논은 추수가 끝났다.

비어진 논의 여백만큼 수확한 이에게 그 수고에 합당한 풍성함이 돌아갔으면 좋겠다.

더러 버려지고 누워버린 논들이 제법 많았다.

 

 

벽화를 그리는 이의 손길이 참 구석구석에까지 가 닿았다.

마을을 돌아보면서 미처 보지 못한 그림인데-

 

 

작고 조용한 마을이 점점 작아진다. 걸어서 당도했다면 아마도 마을의 마지막 모습이 아니라 첫모습이었을 풍경-

납덕골 마을을 뒤로 두고 덕고개로 간다.

 

 

 

 

 

 

좁은 길을 따라 죽 걷다가 이쁜 가게를 만났다. 나무문이 활짝 열린 이 곳은 '양심코너'란다.

물을 끓일 수 있는 전기포트가 있고, 커피, 컵라면 등을 셀프로 먹을 수 있다.

천장엔 두루마리 휴지가 걸려있고, 가격표에 적힌 대로 양심계산통에 돈을 넣으면 된다.

한 식당에서 운영하는 것인데 이 양심코너말고도 넉넉히 쉬어갈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많아 쉬기 좋은 곳이었다.

라이브로 들리는 기타소리와 노래소리,

주인의 성품을 닮은 듯 사람을 겁내지 않는 온순한 고양이들,

잘 가꾸어진 배추밭과 산과 들이 한눈에 보이는 멋진 풍경 속에서 푹 쉬다 나왔다.

 

가을이 그런 거니까.

쫓기지 않고 흐르는 시간에 허술하게 몸과 마음을 내맡겨 보는 것이다.

이대로 노을이 져도 좋고, 이대로 해가 져도 괜찮지 않을까.

기분좋은 바람이 살랑대고, 커피는 향기롭고, 풍경은 한없이 너그럽다.

 

돌아나오는 길, 애절하고 허스키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궁금했다.

그 노랫소리는 덕고개 임도까지 들렸다. 길을 따라 산을 타고 흐르는 목소리-

 

 

 

길을 더 오르니 드디어 덕고개.

임도 오거리 가는 길이 양 갈래로 나타났다. 왼쪽으로 갈까. 오른쪽으로 갈까.

자전거의 행렬이 자주 보였다. 조금 더 넓은 왼쪽길로 들어섰다.

이대로 죽 걸으면 20분 정도면 임도오거리에 닿는다는데 갈치저수지를 위해 이 길은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가을숲의 냄새가 달콤했다.

산의 맑은 기운 탓인지 마시는 공기만큼 가벼운 기분으로 걸었다.

 

이제 갈치저수지로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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