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버스를 타고 지나칠 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갈치저수지, 그 안에 담긴 아름다운 이야기들..
그건 버스에서 내려 걸을 때 만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런 것들이 있다.
자근자근 땅을 밟아 나가야지만 만날 수 있는 것들,
무릎을 구부리고 땅 가까이 쪼그려 앉아야 만날 수 있는 것들,
천천히 시간을 들이고 공을 들여야 만나지는 것들,
아름다운 건 그렇게 시간이 필요한 일인가보다. 사랑이 그렇듯이.
그래도 다 못 보고 그래도 다 못 담을 사랑, 그것처럼...
국도를 따라 내리막길을 걸어오며 처음 만나게 되는 저수지의 초입부분.
난간 너머 조그맣게 담기는 물을 보며 나는 달려갔다..
작은 그릇에 오목하게 잠긴 물이 가늘게 떨며 하늘을 담아낸다.
오랫동안 보아왔을 그 하늘.. 물을 들여다봐도 하늘이 보이는 그곳.
온몸을 적시며 쓰러진 나무 한 그루.
무슨 사연인지 엄청난 뿌리를 통채로 드러낸 채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흙덩이를 부여쥔채 송두리째 들켜버린 뿌리.
사람들은 그 뿌리 위로 올라서서 낚시를 했다.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면 참 아름다웠을 나무 한 그루.. 물은 기억해 주겠지.
물을 따라 걷는 길에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몇 그루 있었는데 거기 이쁜 새집이 하나 걸려있다.
누가 이렇게 이쁜 집을 지어 걸었을까.
물과 나무와 새, 바람과 하늘과 가을 오후의 공기.. 참 아름다운 조합이다..
저수지와 그 아래 논을 구분지어주는 둑이었는데 이 둑 위로 고압전선이 흐르고 있었다.
윙--- 전기흐르는 소리가 계속 들려 달려서 빠져나가기도 했다.
부드럽게 말라가는 풀들을 밟으며 달리기 참 좋은 길이었다.
작고도 예쁜 갈치저수지, 그리고 그 주변의 작고 조용한 시간들..
걸어도 떠드는 이 하나 없이 그곳 사람들은 물과 나무처럼 살고 있었다.
그래서 물과 나무가 맘껏 살찌기 좋은 곳..
갈치저수지를 내려와 대야미역으로 걸어가는 길, 오후 4시를 넘긴 조용한 들녘은 바람이 차가워지고 있었다.
졸졸졸 시냇물 흐르는 소리가 더 커지던 조용한 마을길을 밟아 대야미역으로 갔다.
대야미역- 납덕골(1-2번 마을버스로 이동)
납덕골- 덕고개- 갈치호수- 대야미역 (도보로 이동) * 걸으면서 1-2번 버스를 모두 네 번 만났다. ^__^
대야미역 앞에 서 있던 이 지도는 이제 그냥 지도가 아니다.
내게는 납덕골마을의 아기자기한 벽화들과 덕고개의 숲길과 갈치호수의 잔잔한 풍경이 함께 담겨져 있다.
노란색 마을 버스에 올라 작은 마을들을 두근거리며 바라보던 그 설레임과 돌아오는 길, 찰방찰방 가슴까지 차오르던 풍요로움까지도..
낯선 곳을 걸어보는 건 마음속에 지도 하나를 더 갖는 일인 것 같다.
Po karekare ana , 뉴질랜드 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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