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의 숲/메타세쿼이아 숲의 오후

하늘공원

커피우유- 2010. 10. 20. 11:14

 

 

하늘공원을 다녀왔는데 정작 하늘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한낮의 가을볕은 아직 눈이 부셨다.

그 하늘 아래 억새가 하얗게 하얗게 머리칼을 흔들며 햇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하늘공원이 좋은 건 미로같은 이 길 때문이다...

키 높이 자란 억새밭 사이로 흙을 밟으며 이 갈래 저 갈래 좁은 길을 드나들어 보는 것이다.

참 신기하게도 어떤 길은 들어가보고 싶어지고 어떤 길은 그저 지나치게 된다.

길도 분명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어쩌면 인연...

 

 

 

강변에 바싹 붙어 있는 하늘공원은

목책에 기대어 성산대교와 올림픽 공원. 한강을 내려다 볼 수 있어 좋다.

빌딩도 숲. 올림픽공원도 숲...

숲에 들어가면 볼 수 없는 풍경을 높은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기분이 참 좋았다.

 

 

길은 강을 가로지르기도 하고 오르락 내리락하며 만남과 이별을 반복한다.

길.. 끊어질 듯 이어지는 길.. 알고보면 우린 모두 길 위에 서 있는 거지..

 

 

 

 

<하늘을 담는 그릇>

이름도 참 이쁜 조형물. 밥 공기를 닮았다.

'햇빛, 구름, 바람, 비, 대기를 품는다, 담는다, 껴안는다' 라는 설명처럼 담을 수 있는 모든 자연을 담고 품는 그릇...

사람들은 줄을 서서 이 그릇 속으로 발을 들여놓고 빙글빙글 돌다가 계단을 내려간다.

햇빛, 구름, 바람, 비 모두를 다 만나지도 못했는데 미처 다 껴안지 못했는데 사람들에 떠밀려 또 그렇게 흘러간다.

 

 

 

 

가을을 서성이는 사람들..

다들 햇빛에 눈을 찡그리면서도 기꺼이 가을볕에 몸을 내맡긴다.

가을엔 그래야 영글어든다. 곡식처럼 햇볕을 바싹 쬐어줘야 영혼의 습기가 마른다.

 

목책에 기대서서 반짝반짝 빛나는 강을 내려다보며,

강변 공원을 한가로이 거니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끊임없이 오가며 길을 가득 메우는 달리는 차들을 내려다보며 그렇게 햇빛 쬐어주기.

 

 

 

공원의 길 모두를 만날 수는 없다.

그저 발길이 닿는 대로, 마음이 닿는 대로 걸어보다가 묵직한 기분 툴툴 털어버릴 즈음 뒤돌아서면 되는 것이다.

 

 

가을은 그런 계절이다.

나무가 나뭇잎을 툭툭 몸서리치며 떨쳐내듯이 툭툭 버릴 것 버리고 가벼이 돌아서는 계절-

한없이 가벼운 저 코스모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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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음악- 영화'꽃피는 봄이오면'OST 중에서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