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의 숲/메타세쿼이아 숲의 오후

춘천, 그곳에서 보낸 하루

커피우유- 2011. 10. 26. 11:07

 

 

춘천..춘천으로 가보자 했다.

그렇게 아무런 계획도 목적지도 없이 국도로 달려 다다른 춘천. 처음 만난 건 의암호였다.

이끼가 높은 가지까지 타고 오르는 습기 가득한 나무들이 인상적인 곳.

커다란 버스가 지나면 우리가 서 있는 다리가 휘청이며 진동을 전해왔다.

 

 

 

의암호에서 만난 지도에 있던 애니메이션 박물관. 재미있을 것 같아 들렀다.

구름빵. 여기 저기 구름빵으로 꾸며진 외관이 아기자기 이쁜 곳이었다.

 

주차장 옆 낚시마트에서 따뜻한 커피 하나 사들고 다가간 광장은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있는 포토존과 건물 뒷편으로 너른 잔디광장이 펼쳐져 있었다.

 

 

 

마치 구름빵 동화책을 펼쳐놓은 듯 입체 무대가 만들어져 있다.

아이는 무대 위 자동차 하나 하나마다 들어가서 사진을 찍었다. 동화 속 주인공이 되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멋진 무대다.

 

 

 

 

 

고요하고 고요하고 고요한 박물관 뒷편 정원..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펼쳐진 강을 바라보며 오래오래 머물렀다.

바람이 불고 음악이 흐르고 인적도 없이 참 아름다웠던 곳.

 

가까이만 있다면 매 주 찾고 싶은 그런 공간이었다.

이런 곳에서는 오손도손 얘기도 길어진다. 그리고 쉽사리 자리를 털고 일어서지 못하게 하는 뭔가가 있다.

그림같고, 꿈결같은...

 

 

 

 

아름다운 유포리로 들어섰다.

막국수 좋아하는 내게 그가 선물하는 유포리 막국수를 맛보러 가는 길.

유포리 풍경이 포근하다. 이미 가을 걷이가 끝난 논은 짚을 이쁘게 세워 말리고 있다.

 

 

 

 

좁은 길을 달려 도착한 유포리 막국수집.

유명세 덕분인지 주차장도 가득차고 차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었다. 가게 안도 북적북적.

그래도 메뉴가 많지 않아서 주문하면 오래지 않아 푸짐한 유포리 막국수 그릇을 만날 수 있다.

피처에 담긴 시원한 동치미를 먼저 건져 먹고, 깊은 맛 나는 열무김치 먹다보면 나온다.

이곳에서 막국수는 한 종류로 나온다.

막국수 면발에 양념장이 올려져 나오는데 열무김치와 동치미 국물은 각자 취향껏 곁들여 먹으면 된다.

양념이 자극적이거나 맵지 않아 아이도 맵지 않게 잘 먹었다.

비빔막국수를 좋아하는 나는 열무김치를 듬뿍 올려 먹으니 칼칼하게 딱 입맛에 맞았다.

 

강원도 가면 꼭 먹고 오는 막국수. 언제나 만족이다. ^__^

 

 

막국수 가게 앞으로 사과 농원들이 참 많았다.

가지가 휘어지게 주렁주렁 매달린 이쁜 사과들. 그 나무 아래로는 붉은 꽃들이 융단처럼 피어있었다.

 

 

 

춘천에 가면 소양댐을 꼭 보고 와야한단다.

한 두 방울 떨어지던 비가 어느 새 후두둑 쏟아지기 시작하는 시간, 소양댐을 향해 갔다.

강원도에서는 이런 갑작스런 비. 꼭 만나보아야지. 그래야 강원도지.

 

몇 년 전 쏟아지는 빗 속을 달리면서 차 안에서 먹던 찰옥수수 얘기를 두고두고 하게 되는 것처럼

이 비도 오래오래 기억하기 좋을 거야.

 

 

 

잠잠하게 너른 품에 물을 가득 담고 있는 소양호..

물빛 하늘, 물빛 호수다.

 

 

 

  

 

 

고요하고 아름다운 곳으로 기억될 춘천, 그곳에서 보낸 하루.. 고맙습니다..

길은 어디로든 갈 수 있는 것이지만 길 끝 모든 곳이 아름답지는 않을 테지요..

 

 

맑은 공기가 넘나들며 맘이 착해지는 곳이었다. 내게 춘천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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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sh Groban - The Pray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