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물때가 맞지 않아 들어가보지 못했던 누에섬. 이날은 넓게 갯벌이 드러나 있었다. 사람 마음이 참 희한하게도 메마른 가슴 풀어헤쳐 제 속을 다 보여주는 누에섬은 별로 걷고 싶어지지 않았다. 누에섬으로 들어가는 길이 길게 이어지고 오후 늦게까지 물때가 계속된다는 안내문구 때문이었을까. 결국 걸어보지도 않고 쉽게 발걸음을 돌렸다.
미안. 누에섬. 언젠가는 꼭 네 안으로 걸어들어가게 될 거야..
제부도 바닷길도 열렸다. 며칠 이어지는 물때로 이곳 역시 광활하게 너른 갯벌만 황량했다. 물은 저만치 물러서 있었다. 구불구불 휘어지는 제부도 들어가는 길 위로 차들이 끊임없이 오간다.
등대로 오르는 산책로.. 포토존이 따로 있는데 그곳에 서서 무릎을 살짝 구부린 채 사진을 찍으면 계단에 그려진 그림과 등대가 딱 맞아떨어진단다. 포토존 대신 대충 서서 찍으니 등대의 굵기가 어긋났다. ㅋ
머 괜찮아. 괜찮아.
작은 등대는 이쁘고. 바다 위로 이어진 전망대는 시원하다... 물이 가득 들이차면 또 얼마나 이쁜 풍경일까.
바다는 스스로 금을 그어놓고 더 이상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게 갯벌이 드러나고 물때가 유지된다. 금 밖에서만 들이쳤다 밀려나는 파도...
해안을 빙 둘러 길게 산책로가 이어진다. 끝날 듯 이어지고 모퉁이에서 몇 번 꺾이면서 길은 길게 바다 곁을 걷게 해 준다. 멀리 바다와 하늘과 예쁘게 늘어선 가로등을 바라보며 한 걸음 한 걸음. 이 길은 아름답고 경이롭다.
모퉁이 하나 돌 때마다 새로 열리는 풍경에 감탄하며 걷는 길.. 마치 다른 세상에 서 있는 느낌이다. 길 어디서든 오래 오래 난간에 기대 서 바다를 바라보기 좋다. 누가 뭐라하겠는가. 이 아름다운 산책로에서는 오래 오래 시간을 늦추며 걷는 게 좋다.
산책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탁 트인 너른 해변을 만난다. 광활한 모래사장이다. 겨울 바람이 마음껏 휘몰아치며 놀기 좋은 바다다. 차가운 바람 탓에 사람들은 모두 서둘러 어디론가 가기 바쁘다. 겨울이 온통 독차지 한 바다. 오들오들 떨며 잠시 그 곁에 머물다 나도 떠났다.
열렸다 닫혔다 신비로운 섬 제부도. 바다 곁으로 걷다 걷다 쏟아지는 황금빛 지는 해도 만났다.
긴 산책길이 지루하지 않은 아름다운 제부도, 겨울날의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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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부도 / 섬
- 주소
- 경기 화성시 서신면 제부리
- 전화
- 1577-4200
- 설명
-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앞바다에 소재하고 있는 면적 1㎢에 해안선 길이 12㎞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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