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의 숲/숲 속의 짧은 생각

8월의 어느 날

커피우유- 2010. 8. 30. 14:25

늦더위, 창으로 가득 햇살이 내리쬐는 아침.

나는 제일 먼저 귀여운 꼬마선인장을 창가로 옮겨 준다. 선인장은 살아있다는 듯 한껏 기지개를 켜며 햇빛 쪽으로 고개를 기울인다. 5도쯤 기울었을까. 빨간 장식용꽃을 머리에 꽂고서 오늘도 풍성한 8월의 햇살 쬐기에 여념이 없다.

나는 이따금 꼬마선인장의 가시를 쓰다듬어준다. 뾰족뾰족한 살갗이 앙증스럽다. 그 감촉은 어린 시절 내 손을 핥던 새끼고양이의 혓바닥과 비슷하다. 쓰다듬어주면 내게로 기대어 머리를 부비며 살풋 눈을 감는 꼬마선인장.

창가에 선인장을 놓아두고 오늘은 천도복숭아로 잼을 만들었다.

복숭아 세 개를 반으로 갈라서 씨를 빼고 얄팍하게 썰어 설탕 300g을 넣고 중불에서 30분. 크로와상에 발라먹어도 좋고 토스트에 발라도 좋을 것 같다. 마아말레이드처럼 덩어리가 남아 있어 씹히는 느낌까지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8월이 가고 여름이 지난 후, 꼬마선인장의 기울어진 고개에서,향긋한 복숭아향이 가득한 복숭아잼에서도 나는 뜨거웠던 8월의 햇살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기대만으로도 흐뭇한 8월의 어느 날.

 

창가에 바람이 풍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