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의 숲/숲 속의 짧은 생각

도서관에서

커피우유- 2010. 9. 3. 17:35

이상한 일이다.
책들이 빽빽이 꽂힌 서가 사이를 거닐 때면 어김없이 심장이 뛰고 가슴이 설레고 심지어 두근거리며 약간의 흥분과 함께 배가 아프다. 이유는 모른다. 다만 향에 반응하는 이 증상이 꽤 오래 되었다는 건 분명하다.

 

오래된 책들 속에 일종의 독특한 흥분제가 들어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새책들이 가득한 서점에서는 한 번도 이런 흥분을 경험한 적이 없다. 사람들의 손때가 묻고 여러 번 대출을 경험한 책들, 귀퉁이가 조금 닳아있고 색이 바랜 책들 사이를 걸을 때만 경험하는 것이다.

서가에서 맘에 드는 책을 발견했을 때 이 흥분은 갑자기 속도를 내며 강도가 더해진다.오늘 나는 두 권의 흥분할 만한 책을 찾아냈다. '첫맥주 한 모금'과 '순간을 채색하는 내 영혼의 팔레트'가 그것이다. 무게는 가볍지만 내게 주는 기쁨은 결코 가볍지 않은 책이 될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푸르스름한 새벽빛 가득한 길고 긴 사색의 골목을 걷게 될 것이며 바람 풍성한 창가 자리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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