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의 숲/숲 속의 짧은 생각

8월의 창가에서 책읽기

커피우유- 2010. 8. 31. 15:00

오후 세 시, 창 앞에 접이식 식탁을 편다. 창가에는 아침에 물을 준 로즈마리가 생생하다. 8월의 끝은 제법 바람이 풍성해서 독서하기에 좋다.

부엌으로 가서 포도 한 송이를 씻는다. 세제 한 방울을 떨어뜨리고 거품목욕을 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흐르는 물에 30초. 세어보면 제법 긴 시간이다. 잘 씻은 포도 한 송이를 탁자 위에 올리고 책을 한 권 집어들면 모든 준비는 끝나는 것이다. 오늘은 '첫 맥주 한 모금 그리고 다른 잔잔한 기쁨들'을 읽기로 한다.

포도를 똑똑 오른손으로 따 먹으며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간다. 이따금 그 손은 책장을 넘겨야한다. 그러나 그리 급할 것은 없다. 책 속으로 긴 여행을 하다보면 책장 넘기는 일이 더뎌지는 법이다. 어떤 책은 그 속에 수만가지 향을 가지고 있어 그것을 음미하느라고 책장을 넘기지 못하게 하는데 8월의 창가에서는 그런 책이 어울린다.

깊숙히 시간 속으로 파묻히게 하는 책, 8월의 창가에서 책읽기는 오래오래 아름다운 오솔길을 산책하는 것과도 같다. 포도를 따먹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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