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읍에서 본포가는 길을 따라 주남저수지엘 다녀 왔다. 강둑을 따라 걷다가 벤치에 누우니 눈에는 구름 흐르는 하늘 찰랑이고 귀로는 바람에 풀들이 부딪히는 소리, 개구리울음소리,이름모를 새들의 울음소리가 출렁거렸다. 그곳에서는 풀들마다 소리가 달랐다.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풀들은 저마다의 음색을 가지고 합주를 하는 듯 독특한 어울림을 만들어냈다. 키가 큰 풀들과 키가 작은 풀들의 소리가 달랐다. 바람부는 강변,풀숲 사이에 서서 새의 울음을 듣노라니 어느새 노을이 지고 있었다. 거대한 수면이 끝부터 붉게 젖어들고 구름 사이로 노을이 빗살무늬를 내며 수면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주남저수지는 내게 꼬마물떼새의 울음과 노을, 그리고 바람과 풀들의 소리... 강변의 투박한 벤치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그곳은 철새의 낙원이면서 바람의 낙원이었고, 풀들의 낙원이었고, 무엇이든지 너르게 풀어지는 광활함이었다.
내 마음 너른 습지 위로 풀어놓고 잠시 낙원이었음을 두고 온 꼬마물떼새는 알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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