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의 숲/숲 속의 짧은 생각

추억일기 2 - 철새의 낙원 주남저수지

커피우유- 2010. 8. 10. 10:29

동읍에서 본포가는 길을 따라 주남저수지엘 다녀 왔다.
우리나라 최대의 철새도래지로 알려진 주남저수지. 180만평 철새들의 낙원을 빙 둘러 강둑이 이어져 있었다. 무릎 위로 자란 풀들 사이를 걸었다. 강둑은 바람이 많았다. 풀들이 몸을 눕히고 바람은 끊임없이 풀들 위를 오가며 엉킨 풀을 빗질하고 있었다. 멀리 하얀 새들이 유유히 습지 위를 거닐고 이따금 무리지어 하늘을 날았다.

강둑을 따라 걷다가 벤치에 누우니 눈에는 구름 흐르는 하늘 찰랑이고 귀로는 바람에 풀들이 부딪히는 소리, 개구리울음소리,이름모를 새들의 울음소리가 출렁거렸다. 그곳에서는 풀들마다 소리가 달랐다.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풀들은 저마다의 음색을 가지고 합주를 하는 듯 독특한 어울림을 만들어냈다. 키가 큰 풀들과 키가 작은 풀들의 소리가 달랐다.
그렇게 한참을 벤치에 누워 풀들의 연주를 듣다가 너무나 애처로운 새의 울음소리를 듣게 되었다. 내가 있는 벤치와 아주 가까운 곳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습지 이곳 저곳을 한참 눈으로 뒤지다가 가까운 수초들 사이에서 작은 새들의 무리를 발견해냈다. 내 손바닥 절반 크기만한 작은 새들이었다. 너무 작아서 자세히 볼 수는 없었지만 울음소리는 더욱 또렷이 들려왔다. 아름답다기보다는 애잔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만한 울음이었다. 꼬마물떼새, 몸길이 12cm정도의 작은 새로 주남저수지의 텃새라고 했다.

바람부는 강변,풀숲 사이에 서서 새의 울음을 듣노라니 어느새 노을이 지고 있었다. 거대한 수면이 끝부터 붉게 젖어들고 구름 사이로 노을이 빗살무늬를 내며 수면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주남저수지는 내게 꼬마물떼새의 울음과 노을, 그리고 바람과 풀들의 소리... 강변의 투박한 벤치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그곳은 철새의 낙원이면서 바람의 낙원이었고, 풀들의 낙원이었고, 무엇이든지 너르게 풀어지는 광활함이었다.

 

내 마음 너른 습지 위로 풀어놓고 잠시 낙원이었음을 두고 온 꼬마물떼새는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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