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나무를 심다/숲 책이야기

프라하 골목골목 누비기

커피우유- 2010. 12. 14. 17:08

 

프라하...

'프라하'하면 나는 제일 먼저 영화 '프라하의 봄'이 떠오른다. 복숭아빛 발그레한 뺨을 가진 테레사(줄리엣 비노쉬)가 떠오르고, 토마스가 떠오르고 돌을 깔아놓은 길, 좁은 골목이 떠오른다.

내가 아끼는 영화와 함께 안개 속에 머문 듯 신비로운 곳.

그곳의 또 다른 세밀한 이야기를 <프라하 골목골목 누비기>로 만났다.

일러스트레이터인 스게사와 가요 Sugesawa Kayo 그녀가 여행지의 이야기를 하나 하나 색연필로 그려 완성한 책이다. 그녀는 좋아하는 동화 작가의 생가를 방문하고 인형극을 보러 다니고 오래된 서점들을 돌며 그림책을 수집한다. 주제가 확실한 여행이다. 그러면서도 구석구석 아름다운 체코의 풍경도 놓치지 않았다.

 

맛있게 먹은 음식, 숙소의 풍경들도 모두 작고 이쁜 그림으로 그려 넣었다. 사진으로만 보던 익숙한 여행기가 아니어서

동화의 나라 체코에 더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체코가 인형극과 동화의 나라라는 것도 이번에 알았다.

얇은 데다 온통 그림이어서 얼른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작고 이쁜 그림들을 따라가며 꼼꼼한 설명을 곁들이자니 제법 긴 여행이 되었다. 그녀의 20일간의 여행이 빼곡히 적힌 이 작은 책은 마치 그녀의 다이어리를 훔쳐보는 것처럼 재밌다.

그녀가 아름다운 세 도시라고 소개한 텔츠, 체스케 부데요비치, 체스키 크룸로프의 풍경도 너무 궁금하고, 카렐 차페크의 고향 말레 스바토뇨비체, 요세프 라다의 고향 흐루시체도 너무 가보고 싶다. 그녀는 약도도 직접 그림으로 그려 넣었는데 왠지 이 약도만 있으면 잘 찾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스게사와 가요 그림, 흐루시체 HRUSICE

 

흐루시체같은 곳에서 살았으면 좋겠다.

작고 작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비밀의 숲같은 곳.

 

-스게사와 가요 그림  

 

여행지에서 그녀는 이따금 숙소 침대 위에서 뒹굴뒹굴 여유로운 시간도 보낸다.

서점에서 찾아낸 귀한 동화책을 넘겨보며..

 

그리고 나는 따뜻한 방 안에서 동화같은 그녀의 여행기를 넘겨보고 있다. 동화책보다 재밌고, 와사삭 깨먹고 싶은 사탕처럼 달콤한 그녀의 캔디컬러 일러스트에 푹 빠져서 말이다. 사랑스러운 그림들, 사랑스러운 책. 이제 내게 프라하는 달콤함이다.

'숲,나무를 심다 > 숲 책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  (0) 2010.12.22
도착  (0) 2010.12.17
내 마음이 먼저 집을 나선다  (0) 2010.12.08
당신이 꿈꾸는 사치는 어떤 건가요  (0) 2010.12.07
生은 찬란하다  (0) 2010.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