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나무를 심다/숲 책이야기

내 마음이 먼저 집을 나선다

커피우유- 2010. 12. 8. 16:03

 

마음을 떨구고 싶다.

나도 나도 그녀처럼 처음 걷는 길을 아무런 상념없이 그렇게 걸어보고 싶다.

 

<그녀의 첫 번째 걷기 여행>을 만났다.

처음 책을 넘겨보면서 '글자 크기가 좀 작네' 했었는데 한 장 한 장 읽어 가다보면 왜 그녀가 이렇게 깨알같은 글씨로 이리 많은 이야기를 담아냈나 금새 이해가 된다.

그리고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읽으려고 애쓰게 되는 것이다.

그녀가 여행을 할 때 갖는 마음가짐처럼 놓치는 것이 없기를, 천천히 눈 앞의 풍경들과 교감하며 책 속을 같이 걸어보는 것이다. 그렇게 아름다운 길 속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으며 그 풍경들 속에 내 모습을 집어넣어보면 행복해진다.

 

여행지마다 그녀는 어울리는 책, 음악, 주변 숙소, 맛집, 먹을 거리까지 소개를 해 놓았다.

그래서 읽고 싶은 책들, 듣고 싶은 음악, 가고 싶은 곳까지 메모하며 읽다보면 자꾸만 속도가 느려진다.

그래도 읽고 싶은 책, 듣고 싶은 음악 목록이 늘어날 수록 기대감 때문일까 맘은 점점 더 풍요로워진다.

 

아직 난 읽어야할 책도, 들어야할 음악도, 가볼 곳도 많다.

아직 꿈꿀 것이 있다는 말이다. 더 살아야겠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을 따라가는 그녀의 여정따라 내 감정도 설레임과 기대감으로 고조된다.

강화 동검도의 그 한없는 쓸쓸함을 만나보고 싶고, 숲체원의 깊이를 만나보고 싶고, 미술관 자작나무숲도, 6월의 하늘재도, 옛추억이 떠오를 것 같은 녹천온천호텔도, 눈 덮인 대관령도 만나보고 싶다.

 

 

혼자 어디론가 여행갈 기회가 생긴다면 강원도 하늘 아래 안겨보고 싶다.

강릉과 정동진을 잇는 바다열차를 타고 40분쯤 생애 최고의 풍경을 만나보는 것도 좋겠다.

책을 덮고, 내 마음은 벌써 바람날 준비가 되어 있다. 내 마음이 먼저 집을 나선다.

 

아. 어디로든 가고 싶다.

강화도 동검도. 신두리 해안사구. 대관령 눈 덮인 언덕.. 그 어디로든.

걸어서 걸어서 나를 비우고 내 안에 흘러 넘칠 선한 풍경들만 가득 담아왔으면 좋겠다.

 

<준비는 간단하다. 걷기 편한 트레킹화, 추위를 막아 줄 옷, 적당한 간식거리. 그리고 변덕스러운 해양성 기후의 영향으로 간혹 한 번씩 내리는 비를 막아 줄 옷. 마지막으로 사람들을 만나면 살짝 덕담을 나눌 미소만 있으면 끝이다. 이고 지고 갈 수만 있다면 이것저것 다 챙겨도 좋다. 하지만 가다 보면 하나 둘씩 버리게 된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 물건들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짐이 되어버린다. 오랜 길을 걸어온 순례자의 짐이 왜 가벼운지 알 수 있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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