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의 숲/숲 속의 짧은 생각

커피우유- 2010. 6. 30. 17:01

빗소리가 하도 시원해서 현관 문을 열고 베란다로 나가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셨다.

 

맞은 편 집 옥상 위로 둥글게 원을 그리며 내리는 빗방울,

이웃집 기와를 타고 흐르는 빗줄기.
아이비가 올라가는 멋진 까페가 아니어도 좋았다.
너른 창으로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까페가 아니어도 좋았다.
이따금 내 얼굴 위로 빗방울 떨어지는 그 열린 베란다에서

현관에 기대선 채 비를 바라볼 수 있고

빗소리를 들을 수 있음에 그저 행복했다.

 

마시던 커피잔을 비에게 내어주니 톡.톡.
빗방울이 커피잔 속에서 가볍게 튀었다.
그렇게 비 두 방울을 커피잔 속에 넣어 마셨다.

 

로즈마리 분을 베란다에 내 놓았더니
촉촉하게 잎을 적시며 줄기가 단단해졌다.
이 비 속에서 세상이 더 단단해 질 것이다.
포도송이가 영글고
자두가 붉게 익어가고
폐추니아 줄기가 뻗어가며
능소화가 꽃송이를 늘어뜨리고
베고니아가 또한 붉게 꽃잎 열 것이다.


세상이 모두 문을 닫고
침묵하는 동안에도
비는 조용히 땅 위로 내려 앉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