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 오솔길 세번째 벤치/거기 숨 쉬는 일상

커플잠옷

커피우유- 2010. 10. 15. 15:49

 

 

인터넷으로 주문한 잠옷이 도착했다.

사은품으로 귀여운 양말이랑 면끈이 왔고, 가을 소식이 가득한 쪽지도 함께 들어있다.

양말은 서랍에 넣어두고, 쪽지는 주방 작은 선반 한 켠에 세워둔다.

요즘은 통 편지 받을 일이 없는지라 하나 하나가 다 소중하게 여겨진다.

그래선지 이따금 쇼핑몰에서 손글씨로, 혹은 워드로 넣어주는 작은 메모도 모두 모아두게 되었다.

가끔 수첩을 뒤적이다가 발견하고 다시 읽어봐도 좋다. 참 빈곤해진 것이다.

좋은 사람에게 받은 엽서나 카드는 냉장고에 붙여둔다.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여다보게 되는 냉장고에 붙여두면 하루에도 몇 번씩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__^

미용실에서 보내온 기념일 축하카드도 붙여두었다. 카드가 이뻤다. -_-;;;

 

크리스마스 카드를 줄에 죽 걸어두는 이유를 도저히 알 수 없었는데 지금은 알 것 같다.

 

 

 

함께 고르고 그가 주문한 커플잠옷. 제목은 <겨울이야기>.. ^__^

앙상한 겨울 나무가 그려져 있고, 그 사이로 하얀 눈이 퐁퐁 내려 온다.

작고 이쁜 교회도 있고, 눈사람도 있고, 하얀 눈이 지붕 위로 내려앉은 집들도 보인다.

거기 강아지가 오가고, 빨간망토를 입은 소녀도 보인다.

 

동화같은 이야기가 가득한 보송보송한 느낌의 잠옷...

그는 파자마형. 나는 원피스형. 길어서 꼭 드레스같다.

 

 

 

나란히 커플 잠옷을 입고 TV앞에 앉으니 아이는 서운한 기색이 역력하다. 자기 것은 왜 없냐고.

다음 번엔 아이 것까지 커플로 장만해야겠다. ^^;

 

커플잠옷. 음... 우리가 그 동안 입은 커플 잠옷이 몇 벌일까.

하나 둘 셋 넷 다섯... 그럼 이게 커플잠옷으로는 여섯 번째 잠옷인가. 기억도 가물거린다..

여러 벌의 잠옷 중에 어떤 건 아주 맘에 들었고, 어떤 건 그저 잠옷이 필요해서 입기도 했다.

 

잠옷은 최대한 귀여운 그림이 들어있을 것.

이전에 시로페토에서 나온 잠옷도 둘이 참 좋아했는데 뒷면에 귀여운 커다란 강아지가 그려져 있는 것이었다.

잠옷을 입는 동안이라도 아기처럼, 아이처럼 포근하고 아늑하기만한 기분에 잠겨 보고 싶은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언제나 순면으로 고르게 된다. 광택이 있는 것 보다는 만져서 그저 보들보들한 감촉이 드는 게 더 맘에 든다.

 

잠옷도 늙는다. 지금 포근한 행복을 안겨 주는 이 옷도 시간이 지나고 세탁 횟수가 늘어가면서 헤지고 낡아질 것이다.

그래도 처음 입었던 그 기분은 잠옷을 여러 번 입어도 바래지 않고 생각이 날 것 같다.

그렇게 처음 감정으로 살 수 있다면 참 좋겠다.  

 

 

"같은 옷 입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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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난, 나에게 넌-자전거 탄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