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나무를 심다/숲 영화이야기

심장이 뛴다, 가슴에 차오르는 따뜻한 안도감

커피우유- 2011. 1. 10. 10:19

인간의 선함과 악함에 대해 명확히 경계선을 그을 수가 있을까. 인간은 이기심 앞에서 누구나 패배자가 되는 것 같다.

채연희(김윤진) 그녀는 나쁘게 살지 않았다. 오히려 가진 것을 베풀며 살았고, 딸에게는 천사같은 사람이었고, 그녀의 직장에서 좋은 선생님이었다. 그러나 심장이 약한 딸 예은이의 증세가 악화되고 심장이식이 가능한 한 환자를 만나게 되면서 그녀 안의 이기심이 펄펄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며칠 전에 딸과 증세가 같던 한 아이가 하늘나라로 가자 그녀는 더 초조해졌다.

그러나 그런 그녀도 생명을 담보로 생명을 구할 수는 없었다. 멀쩡하게 살아 숨쉬는 이주노동자가 가족에게 돈을 보내야한다며 자신의 심장을 이식해주겠단다. 제발 그렇게 하게 해달라고... 생명이 거래되는 비현실적인 상황을 지켜보면서 조금 감정이 불편해졌다.

 

희도(박해일) 그는 그다지 착하게 살지 않았다. 어머니의 피와 땀, 그 생을 헐뜯고 빼앗으며 살았고, 어머니를 아줌마라 불렀고, 그의 친구, 애인, 동료들에게도 신뢰받지 못하는 삶이었다. 그런 어느 날, 그렇게 미워하고 증오하던 그 어머니가 쓰러졌다. 그저 허무하게 가는 어머니의 죽음이 그를 허탈하게 만들었는데 어머니의 병실을 들러보니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의식불명의 뇌사상태라 심장을 기증하기로 했다는데 보호자가 없다. 게다가 자신을 버리고 잘 사는 줄 알았던 어머니가 살았다던 집은 곧 쓰러질 것처럼 헐벗은 집이었고, 어머니의 남편인 줄 알았던 사람은 남편이 아니란다.

 

초반에는 아픈 예은이를 둔 연희의 안타까움에 마음이 실렸는데 극이 진행되면서 내 아이, 내 가족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갖은 방법으로 몰두하는 연희의 모습은 같이 몰입시키기보다는 다소 불편해지는 것이었다. 생명은 누구에게나 하나 밖에 없는 소중한 것인데 하는 생각.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자꾸만 가슴 속 무언가가 고갈되는 느낌이었다.

 

이런 이기심을 사실 일상 속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난다. 너그러울 수 있는 상황도, 이해할 수 있는 상황도 내 가족, 내 아이와 관련되는 일이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그렇게 모두가 내 것에만 집중하고 파고들 때 결말은 모두의 파국으로 치달을 뿐이었다. 연희는 연희대로, 희도는 희도대로 상처입고, 망가지고 황페해져갔다. 목적까지 모호해질 정도로. 이제 무엇때문에 화가 나고 분노하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 엄마 아닌 것 같아."

예은이의 이 한마디에 하얗게 질린 연희는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이 낯설어 결국 오열한다.

 

 

아무래도 살아가면서 무언가를 내려놓는다는 것은 평범한 우리들에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연희는 쉽게 내려놓을 수 없었고, 희도는 쉽게 놓지 못했던 그 것. 결론은 의식불명상태에 있던 희도의 어머니, 그녀가 내렸다. 죽음에 임박한 그녀가 안간힘을 써 한 일은 겨우 손을 뒤집어 보이는 일. 암시였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의 분명한 의사표명이었다. 어머니라 불러주지도 못한 그녀의 손을 붙잡고 희도가 운다. 자기 때문에 불에 덴 화상자국에 반창고 하나 붙여주는 게 그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희도, 그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입힌 상처들, 그녀의 힘겨웠던 시간들, 아픔들 그 위로 반창고가 하나 붙여졌다. 그리고 고갈되던 가슴 속에 안도감이 차 올랐다.

"수술, 하세요. 수술 하시라고요."

 

 

생명이 다른 생명으로 옮겨지는 그 과정에 죽음과 삶이 공존했다. 생명이 조용히 다른 생명으로 이어지는 장기기증에 대해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심장이 뛴다>는 것. 그것은 우리에게 생명이 남아있다는 것과 동시에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었다. 내가 손을 내밀고 손바닥을 뒤집어 내 마음을 보여줄 때, 함께 심장이 뛰는 가슴벅찬 생이 될 수 있다는 것 말이다.

심장이 뛰는 모든 이들, 사랑하며 살 수 있기를...

 

 

 


심장이 뛴다 (2011)

8.1
감독
윤재근
출연
김윤진, 박해일, 정다혜, 박하영, 김민경
정보
드라마 | 한국 | 114 분 | 2011-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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