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나무를 심다/숲 책이야기

홈까페 한l 중l 일 가정식, 정갈한 식탁에 대하여

커피우유- 2011. 1. 24. 12:04

나는 정갈한 식탁이 좋다.

찬이 한 가지이든 여러 가지이든, 부유한 식탁이든 조촐한 식탁이든 정갈함은 그 식사를 준비하는 이의 마음에서부터 우러나는 법이다.

 

정갈한 식탁하면 떠오르는 부부가 있다.

오래 전 나는 가난한 그 부부의 집들이에 초대되어 간 적이 있다. 골목골목을 지나 들어간 K씨의 신혼집. 한옥 안에 세든집이었는데 K씨는 장모님이 사시던 셋집에서 신혼을 시작했다. K씨의 말대로 부부가 꼭 껴안아야만 둘이 누울 수 있는 작은 방이 그들의 신혼방이었다. 좁은 마루를 끼고 K씨의 장모님 방이 붙어있는 집이었는데 몹시 작은 그 방에서 최고의 식탁과 마주했다.

메뉴는 콩나물밥과 해물탕. 소라, 꽃게, 새우, 조개, 오징어.. 온갖 해산물들이 맑게 끓여진 해물탕은 최고였다. 아직 그 어디서도 그때 먹은 해물탕을 능가하는 맛을 만나보지 못했다. 친정어머니가 끓여주는 해물탕도 좋아하지만 그것보다 더 탁월한 맛이었다.

도대체 이 맑은 기운의 국물맛은 어디서 나는 것일까. 나는 휘- 집안을 둘러보았다. 작은 방이었지만 어질러진 물건 하나 없이 집주인의 정갈하고 반듯한 성품이 베어나는 집이었다.

콩나물을 넣어 밥을 지은 콩나물밥은 대접에 담고 볶은 쇠고기를 듬뿍 올려 양념간장을 곁들였다. 연신 해물탕에 감탄을 해대니 K씨의 장모님이 즐거워하며 볶은 쇠고기를 소복히 그릇 위에 올려주셨다. 수줍어하시면서..

자그마한 몸집에 가난한 살림살이었지만 누구보다 반들반들하게 생을 다듬고 가꿀 줄 알았던 K씨 장모님의 식탁. 내가 만난 최고의 가정식이 아니었을까 싶다.

 

가정식은 그런 것 같다. 어느 집을 방문해서 그 가정의 풍기는 냄새와 분위기 속에서 맛보는, 그 가정의 인생을 대하는 자세와 철학이 담긴 음식같은 것. 음식의 가지 수, 메뉴 선정, 메뉴의 어울림, 이 모든 것이 집주인을 반영한다.

준비하는 사람과 맛보고 즐기는 사람 모두가 함께 즐거울 수 있어야 가정식이다. 쉽고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La Cuisine의 두 번째 홈까페 <한I중I일 가정식>은 그런 면에서 무척 흥미로운 주제였다.

매일 먹는 가정식을 조금만 신경쓰면 색다른 기분으로 색다른 멋을 내어 먹을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준다고나 할까.

 

요리들이 Beef, Pork, Chiken, Seafood, Fish, vegetable, Dessert .. 이렇게 주재료별로 분류되어 있는 점이 맘에 들었다. 사실 가정식이라고 하면 그때 그때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만들어지는 게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재료별로 카테고리를 구분해 주면 그날 있는 재료로 메뉴를 선정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또 모든 요리가 2인분 기준이라 식구가 적은 가정에서 재료 낭비없이 따라해볼 만한 분량이다.

한중일 가정식 제목에 걸맞게 꼭 필요한 일본, 중국의 대표양념들 소개도 잊지 않았다. 꼭 입맛에 맞는 요리를 위해 필요할 때 장만할 것.

육수내는 법도 쇠고기, 닭고기, 야채 등 재료에 따라 비프육수, 치킨육수, 다싯물로 나누었는데 1L 정도의 육수를 내는 레시피라 큰 부담없이 준비할 수 있게했다. 그리고 냉동보관하는 방법도 일러두었다. 육수를 미리 비축해두지 않는 나로서는 한 번 따라해보고 싶은 내용이었다. 냉동실에 비축 육수가 있다면 요리가 좀 더 깊은 풍미를 갖게 되지 않을까.

 

까페에서 제공되는 것처럼 이쁜 책 속 상차림은 보기에도 참 좋다.

메뉴는 간소화하고 맛은 인상적인 가정식을 추구하는 책이다. <한중일 가정식>

 

    

메뉴는 왼쪽부터 도미솥밥, 베이컨덮밥, 현미밥 팬케이크.

Home cafe <한중일 가정식> 책 속 사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