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나무를 심다/숲 책이야기

서울, 그 카페 좋더라

커피우유- 2011. 2. 9. 09:44

카페. 매력적인 공간이 아닐 수 없다. 사람을 만나고, 커피를 사고 시간을 사는 곳. 그리고 추억이 되는 곳이 카페다.

 

20대의 나는 카페를 정말이지 좋아했고 사랑했다. '엘비스', '아비뇽', '피렌체', '아필립(我必立)', '좋은 인상', '전위예술', '술과 장미의 나날', '새도 무게가 있습니다', '지붕 위의 황소', '봄눈 겨울비', 'JUN', '브람스의 회상', 통기타카페 '無我', '강나루'  ..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이름도 참 이쁘던 카페들을 순례하듯 다녔다. 나는 광안리 해변의 카페와 부산 남포동, 광복동 카페들을 좋아했다. 예전에는 카페명함 대신 성냥갑을 카운터에 놓아두고 원하면 하나씩 둘씩 가져갈 수 있었다. 카페명함을 대신하던 그 작은 성냥갑을 차곡차곡 모으며 추억도 함께 상자 속에 담아두곤 했었다. 성냥갑은 카페마다 개성있는 색과 디자인의 그림으로 눈길을 끄는 것이었다. 카페를 다녀오면 꼭 다이어리에 기록을 하고 그 카페에 대한 인상도 한 두줄 짧게 메모해두었다. 그때 내가 만난 카페들은 지금도 내 마음 속에, 머릿속에 여전히 같은 모습으로 존재한다. 지금 사라지고 없는 카페들도 많지만.

 

이제 내게 카페는 그리움이다. '말테의 수기' 속 말테처럼 바람 일렁이는 가로수 아래를 지나 묵직한 나무문을 밀고 들어서던 그날의 '새무게(새도 무게가 있습니다)'는 이제 어디서도 만날 수가 없다. 오래된 서적 속에라도 들어앉은 것처럼 편안하던 시간들. 숱한 밤과 낮과 사람들의 얼굴도 이젠 모두 그리움이다.

 

<서울, 그 카페 좋더라> 오랜만에 만나보는 카페이야기다.

카페와 커피를 좋아하는 나는 카페 관련 서적은 눈에 띄는대로 일단 모두 읽어둔다. 그저 눈으로 훑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문학서적과 마찬가지로 즐겁게 정독한다. 사진 한 장 한 장, 멘트 하나 하나 놓치지 않는다. 까페 속 그릇들, 소품들 하나까지도.

그간 읽은 것들로는 커피 트레이닝(이영민)/ 커피 바리스타/ 도쿄맑음:카페,자카,그리고 빵(방지연)/ Hip! Cafe/ 잇 카페/ 카페Stile샌드위치/ 작은 카페, 시작했습니다(MANA TAKEMURA)/ 작업실+까페만들기(이민정) 등이 있다.

 

그리고 그 계보를 잇는 책 <서울, 그 카페 좋더라>

이 책은 명사의 추천카페 11곳을 제외하면 서울 지역 카페들이 모두 14곳 소개되었다. 술렁술렁 넘기지 않고, 카페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애정을 가지고 꼼꼼하게 담아낸다. 카페 한 곳당 5-6페이지의 분량으로 할당된 이야기를 읽고나면 금새 그 카페가 특별해진다. 도심의 후미진, 조용하고 외진 곳에서 꿈을 가지고 시작하는 카페. 저자는 그들의 꿈과 커피와 인생을 대하는 자세를 인터뷰해서 담아내었다.

<바리스타는 커피를 만드는 일종의 장인입니다. 커피 만드는 공간에서 바리스타가 보이지 않으면 의미가 없지요. 커피를 만드는 과정에서 바리스타의 의지와 생각이 첨가되니까요>

언제고 가보고 싶은 경리단길의 '스탠딩카페' 대표의 얘기다. 바리스타는 무대연기자와 다를 바가 없단다. 연극배우 출신들로 구성된 카페여서 그 말이 더 실감나게 와 닿는다. 바리스타의 의지와 생각이 첨가된 진지한 커피 한 잔. 마셔보고 싶다.

 

<커피 한 잔으로 자신도 모르게 좋은 일에 참여할 수 있는>카페도 있다. 공정무역커피를 사용하는 부암동'드롭 오가닉카페'. 커피를 추출하는 동안은 부디 질문을 삼가해달란다. 집중해서 맛있는 커피를 뽑기 위해서다.

 

한결같은 차맛을 제공하기 위해 차는 꼭 본인이 직접 우려 낸다는 홍차카페 '오리페코', 여행이 좋아 기내식을 제공한다는 카페 '컵앤플레이트', 음악이 좋아 콘서트를 매주 여는 음악카페 '벨로주'.. 하나같이 개성있고, 본인의 꿈과 닿아있어 그 공간이 행복해 보인다.

그러나 이 책은 말한다. 예쁘고 아늑한 커피공간 카페의 보여지는 수면 아래 오너들의 끊임없이 움직이는 발이 있음을. 카페를 위해 다른 직업을 또 하나 가지기도 하고 긴 시간 카페에 매여있으면서도 카페를 꿈꾸는 그들이 있어 나는 또 가고 싶은 카페목록을 하나 더 추가하게 된다.

커피와 마주하는 따뜻한 시간, 숱한 이들의 꿈과 수면 아래에서 헤엄치는 수고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아야겠다.

커피. 참 행복한 음료다.

 

더보기

와인 북카페 '1974 way home'

갤러리카페 '오시정'

음악카페 '벨로주'

여행카페 '컵 앤 플레이트'

오가닉카페 '드롭 오가닉커피'

소규모카페 '스탠딩커피'

홍차카페 '오리페코'

로스팅 카페 ''S '

핸드드립카페 '도깨비커피집'

초컬릿카페 '카카오 봄'

컵케이크카페 'Life is just a cup of cake'

브런치카페 '뱅센느'

플라워카페 'Mayfair flower& design'

빈티지가구카페 '여섯시 이분'

 

 

 


서울 그 카페 좋더라

저자
이소영 지음
출판사
멘토르 | 2010-04-30 출간
카테고리
여행/기행
책소개
서울의 매력적인 카페들, 그리고 나만의 카페 만들기! 카페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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