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나무를 심다/숲 책이야기

비밀의 집 볼뤼빌리스, 누구나 비밀은 있다.

커피우유- 2011. 2. 24. 09:59

비밀의 집 볼뤼빌리스. 처음 이 책을 접한 건 '2009 동화책 속 세계여행-세계유명 일러스트레이션원화전'이라는 책에서였다. 선명하고 알록달록한 색으로 섬세하게 그려진 그림이 끌렸다. 집의 숨겨진 비밀을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짧게 소개된 내용도.

 

그렇게 만난 막스 뒤코스의 '비밀의 집 볼뤼빌리스'

집이 이상하다는 아이에게 아빠는 이상한 게 아니라 다른 집보다 현대적인 것이며 집들마다 독특한 비밀을 하나씩 숨기고 있는데 집의 비밀을찾는 날, 가장 소중한 친구처럼 집을 좋아하게 될 거라고 얘기해준다.

그리고 어느 날 책상 서랍에서 발견한 편지 하나.

 

열 개의 실마리로 볼뤼빌리스를 찾을 것!

첫 번째 실마리가 궁금하다면 열쇠를 잘 살펴 봐.

 

편지와 함께 끈이 달린 열쇠가 하나 나왔다. 아이는 이 때부터 집의 비밀이 무엇인지 하나 하나 열 개의 단서들을 만나간다. 현관, 수영장, 욕실, 주방, 거실, 계단, 서재, 음악실, 아빠의 작업실, 테라스, 정원까지. 

 

아이들에게 집은 어쩌면 탐색이 제한된 곳일 수 있다. 냉장고의 냉동칸이라든지 손이 닿지 않는 책장의 맨꼭대기 선반, 베란다 벽장이나 집의 후미진 곳 등등.

제법 자라 소년이 될 때까지 제일 흥분되고 심장이 간질간질 즐거운 것이 숨바꼭질인 아이들에게 집 탐색하기란 가슴이 두근거리는 탐험과 같을 것이다.

 

평소 늘 다니던 길이 아닌 곳으로 혼자 걸어보기도 하고 금역이었던 아버지의 작업실로, 엄마의 성역인 주방을 거쳐 냉동실 냉동칸을 습격하면서 하나하나 비밀의 단서들을 만나가는 아이. 그 뒤를 좇는 일이 제법 흥미진진하다.

 

아이에게는 집의 비밀을 캐는 과정이고 내게는 그 집의 면면을 구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게다가 그 집은 세련된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현대식 건물이고, 실내는 유명 디자이너의 제품들로 가전제품과 가구들이 가득 채워져 있다. 벽면에는 호안 미로, 앤디 워홀, 몬드리안 같은 멋진 화가들의 예술작품까지 걸려 있다. 소품 하나도 그저 그려 넣지 않았다. 숨은그림찾기 하듯 유명 디자이너의 제품과 명화를 하나 하나 찾아보는 것도 사소한 즐거움일 수 있다.

 

현관 위 글자 속 구멍에 손을 넣으면 단서가 하나 발견되고, 타일조각을 수영장 바닥 빈 곳에 꽂으면 배수구 문이 열리며 풍선이 나타나기도 한다. 서재에서 찾아낸 책 속 음표를 피아노로 연주하면 불쑥 집게손이 나타나기도 하고, 텅 빈 난간의 구멍 속으로 공을 굴려보면 난간 속에 숨어있는 쪽지가 나타나기도 한다. 참 기발한 아이디어로 가득한 집. 볼리뷜리스.

 

이야기의 끝에서 만나게 되는 건 집을 이해하고 좋아하게 된다는 이야기.

그리고 언젠가 집을 떠나는 날 또다른 누군가를 위해 비밀단서들을 제자리에 돌려놓겠다는 다짐이다.

 

어릴 적 왜 나는 우리집의 비밀을 찾아볼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찾고 찾아보면 어디에나 집을 이해하고 좋아할만한 비밀 하나쯤 꼭 있었을텐데.

생각해보면 이사할 때 이따금 열었다 다시 덮게 되는 다락방 속 쌓여있던 상자들, 그 속에 비밀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먼지가 가득한 그곳으로 햇살이 한 줄 들어올 때면 참 영롱하게 먼지도 보석이 되는 순간을 만나곤 했으니까. 그 안에 미처 버리지 못한 엄마의 꿈들이, 지나온 시간들이 조각천으로 가득 쌓여있고, 쉽게 열리지도, 버려지지도 못한 채로 멈추어 있는 것들이 있었다.

비밀의 집 볼리뷜리스, 어린 날의 다락방이 떠오른다. 다 탐색하지 못한 채로 자라버린 그 어린 날의 다락방...

 

비밀의 집 볼뤼빌리스 속 그림. 막스 뒤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