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어느 날 늦더위, 창으로 가득 햇살이 내리쬐는 아침. 나는 제일 먼저 귀여운 꼬마선인장을 창가로 옮겨 준다. 선인장은 살아있다는 듯 한껏 기지개를 켜며 햇빛 쪽으로 고개를 기울인다. 5도쯤 기울었을까. 빨간 장식용꽃을 머리에 꽂고서 오늘도 풍성한 8월의 햇살 쬐기에 여념이 없다. 나는 이따금 꼬마선인.. 오후 4시의 숲/숲 속의 짧은 생각 2010.08.30
우리 동네 과일가게 아저씨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스무 개가 채 안 되는 작은 가게들이 죽 늘어선 골목시장이 있다. 처음에는 이 집 저 집 가리지 않고 물건을 샀는데 시간이 좀 지나자 단골가게가 생겨났다. 생선은 오른쪽 끝에서 두 번째 생선가게가 맛있다. <늘푸른야채>와 <봉자네반찬> 사이에 있는 <고향수산>. .. 오후 4시의 숲/숲 속의 짧은 생각 2010.08.16
추억일기 2 - 철새의 낙원 주남저수지 동읍에서 본포가는 길을 따라 주남저수지엘 다녀 왔다. 우리나라 최대의 철새도래지로 알려진 주남저수지. 180만평 철새들의 낙원을 빙 둘러 강둑이 이어져 있었다. 무릎 위로 자란 풀들 사이를 걸었다. 강둑은 바람이 많았다. 풀들이 몸을 눕히고 바람은 끊임없이 풀들 위를 오가며 엉킨 풀을 빗질하.. 오후 4시의 숲/숲 속의 짧은 생각 2010.08.10
추억일기 1 - 산책 창원은 조용히 산책할 수 있는 길이 많아서 참 좋다. 기쁨길을 따라 가다보면 수초가 우거진 하남천이 나오고 하남천길을 따라 가다보면 만남길이 나온다. 들국화와 칸나가 현란한 꽃길을 따라 어제는 홈플러스에 다녀 왔다. 보드라운 잔디가 발끝에 간지럽고 입추 지난 오후 네 시의 바람은 시원했다.. 오후 4시의 숲/숲 속의 짧은 생각 2010.08.09
비 빗소리가 하도 시원해서 현관 문을 열고 베란다로 나가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셨다. 맞은 편 집 옥상 위로 둥글게 원을 그리며 내리는 빗방울, 이웃집 기와를 타고 흐르는 빗줄기. 아이비가 올라가는 멋진 까페가 아니어도 좋았다. 너른 창으로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까페가 아니어도 좋았다.. 오후 4시의 숲/숲 속의 짧은 생각 2010.06.30
내 사랑은 냉면 그릇 속 삶은 계란 반쪽 삶은 달걀을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쫄면이나 비빔국수, 비빔냉면에 올려진 삶은 계란을 제일 좋아한다. 매콤한 면을 먹고 마지막으로 담백한 계란을 입에 물면 부드럽게 부서지는 달걀의 고소함에 얼얼해진 혀가 좀 진정이 되기도 하고 또 근사한 식사의 마무리 디저트인양 한 그릇이 풍성하게 느껴.. 오후 4시의 숲/숲 속의 짧은 생각 2010.06.16
비빔냉면 스티커 상단에 '우리 식당은 조미료를 쓰지 않습니다.' 라고 광고된 식당에 전화를 걸었다. 비빔냉면 하나. 비빔밥이나 짜장면, 그것이 뭐든 간에 하나를 배달시킬 때는 왜 그리 주눅이 드는지. 배달이 될까 걱정스럽고 배달이 되면 그렇게 황송할 수가 없다. 넓은 냉면기에 소담스레 담긴 비빔냉면, 배.. 오후 4시의 숲/숲 속의 짧은 생각 2010.06.15
내일을 기다리는 아이 아침마다 아이는 내게 와서 "엄마, 이제 '내일'이야? " 하고 묻는다. 그러면 나는 "아니야, 지금은 '오늘'이야." 하고 답한다. 내일... 내일이 오긴 오는 걸까? 내일이 우리에게 있긴 한 걸까? 요며칠 아이의 같은 질문에 답하다가 놀라운 사실을 깨닫게 됐다. 내일은 없다. 자고나면 매일이 오늘이다. 도대.. 오후 4시의 숲/숲 속의 짧은 생각 2010.05.31
메타세쿼이아, 여름을 부르는 내 나무 나무에게도 순위를 매길 수 있다면 꼴찌는 메타세쿼이아가 아닐까 싶다. 봄, 개나리가 피고 벚꽃이 피고 매화나무, 살구나무가 꽃을 피울 때, 느티나무, 단풍나무, 은행나무가 조금씩 잎들을 키울 때에도 메타세쿼이아는 침묵한다. 수수꽃다리, 목련, 벚꽃이 만개할 때도 잠잠하기만 하다. 자연은 변주.. 오후 4시의 숲/숲 속의 짧은 생각 2010.05.06
유리 그릇 유리 그릇이 많다. 맑고 투명한 매력에 끌렸던 것 같다. 투명한 유리도 좋지만 그윽한 사파이어빛이나 에머랄드빛에 좀 더 맘을 빼앗긴다. 짙은 로얄블루 와인잔이 햇빛에 푸른 빛을 여과시킬 때는 푸른 안개 속을 걷는 기분이 든다. 유리는 있는 그대로를 보여줘서 좋다. 유리 물잔을 기본으로 유리 .. 오후 4시의 숲/숲 속의 짧은 생각 2010.04.26